본문 바로가기

일상스케치/잡담

140203

#1

주로 듣는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 책방) 의 매회 오프닝이 참 맘에 든다.


#1-1

버섯은 포자를 바람에 날려서 번식을 하죠. 그런데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과연 어떻게 번식을 할까요? 버섯은 식물보다 불리한 번식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땅 표면은 바람이 거의  없어서 포자를 날려 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럴때 버섯은 갓에서 수증기를 내서 주변 공기를 냉각시킵니다. 더운공기는 상승하고, 찬 공기는 하강하게 되어있죠. 그런 식의 순환을 연쇄적으로 불러내서 주변공기를 미세하게 움직여 내는 거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손가락보다도 작은 버섯이 스스로 바람을 만들어 낸다는 건데요. 우리역시 키작은 버섯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혹시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리고만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색종이로 바람개비 만들어 본 기억 다들 있으시죠. 하지만 바람이 없을때는 바람개비가 어떻게 돌아갈까요. 주어를 한번 바꿔 봅니다 .바람이 불어주지 않을때 당신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바람개비를 들고 뛰어가던 어린 당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공기에 저항하는 힘으로 바람을 밀어내는 힘으로 바람개비는 돌아갑니다.


59회 


#1-2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란다.” 어린 왕자가 그랬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면서요? 여러분들은 어떤 기적. 어떤 마법 같은 일들을 기다리고 계십니까? 


보물 가득한 방의 돌문을 열거나 상대방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주문. 납이 금이 되는 연금술. 그런 거는 사실 적어도 인생에는 없죠. 우리 입술에 허락된 주문이라는 것은 그저 이 순한 언어로 안녕하냐고 물어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겨우 몇 음절 그 정도 아닐까요? 


우리가 잠시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더 큰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소로의 문장에 굳이 기대지 않더라도 이 순간이 제겐 기적 같습니다. 다른 곳이 아닌 이 우주 이 은하 이 별에서 다른 종이 아닌 인간으로서 숨을 얻어서 다른 시간대가 아닌 바로 지금 이렇게 우리가 잠시 마주하고 있는 것 그것 자체가 말입니다. 그러니까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요? 


57회


#1-3

최승자 시인에게 사랑은 상대를 번역하는 일입니다. 번역해다오 라는 시에서 시인은 말하죠. 그리하여 마침내 공기처럼 서로를 통과하는게 바로 사랑이라구요. 

번역하다가 포기한 책 있었겠죠. 해독 못할 문장 앞에서 보냈던 불면의 밤들. 침묵하는 행간에 주저앉아 그 심연에 절망한 기억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가 사랑한 횟수만큼의 번역본으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건 끝내 불완전한 누락이거나 오역이기 십상이죠. 그래서 공기처럼 바람처럼 당신을 통과하는 일은 어쩌면 이 생에선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이라는 텍스트를 해독하려는 그 헛된 일에 사로잡혀서 우리는 또 가능한 모든 사전을 펼칩니다. 인연의 아름다움은 그 무망한 노력에서 태어나는 것이겠죠.


34회


#1-4

이 팟캐스트는 매 주 한 권의 책 - 한번은 소설, 한번은 비문학 식으로 번갈아가며 - 에 관해 이동진 영화(문화)평론가와 소설가 김중혁이 이야기를 나누며 썰렁한 개그부터 작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책에 관해 여러모로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고, 심지어는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거나 표현이 의미하는 뜻에 관해 곰씹어봐서 참 좋다.


종종 한국 소설을 선택했을때는 그 책의 작가를 게스트로 초청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도 참 좋은데...아직까지는 한국 소설작가중에 정말 맘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


그리고 선정하는 책들이 대부분 좋다. 한국 소설만 빼곤(...) 아, 그래도 한국 소설중 고래와 7년의 밤, 그리고 김승옥단편집은 좋았다. 사실 요즘 내 독서리스트에 안 보이던 종류의 책들이 보인다면 이 팟캐스트에서 소개했기 때문이다. 좋아했던 책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감자껍질 건지 북클럽, 새벽3시 바람은 부나요, 철학자와 늑대, 생존자, 개구리 등의 책도 이 팟캐스트가 아니었다면 접하지 않았을 확률이 매우 높은 책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요즘은 오프닝이 너무 좋다. 어찌 저런 말들을 늘어놓을 수 있을까. 그외에도 소개하지 않은 정말 좋은 오프닝들이 참 많다. 특히 57회는 별은 바라보는 자에게 빛을 준다 라는 좋아하는 말이 생각난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 가슴이 터져버릴 정도로 짜릿한 일을 원해 라는 말을 싸이어리 대문인가 에 써 놨는데, 원하기만 한다고 그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2

연애시대는 9회를 보고 있다. 뭔가...보면 볼수록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연애시대 드라마는 더 집중해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3

요즘 까탈스러운 사람을 보는 것 같다. 없을땐 투덜대다가 이거 어때? 라고 물어보면 조건이 이게 안맞아 저게 안맞아 라고 하질 않나. 기껏 요구사항이 거의 다 맞는 것이 다가와도 맘에 쏙 들진 않는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놀고 있는.


이래도 되는건가 싶다. 


#4

이러다 학회를 못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40일이나 남았는데.


#1, 3 , 4 (2)

어쨌든, 뭐가 되든 한번 뛰어보고, 기적은 아니더라도 조그마한 내 바람이라도 불러 일으켜 봐야지. 학회도 가고..

'일상스케치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번주 (수정)  (6) 2014.03.16
140305  (0) 2014.03.07
140120  (2) 2014.01.21
140114  (0) 2014.01.15
오랜만에 쓰는 뻘글  (0) 201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