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구실 사람들과 뭔 얘기를 하다가 왜 우리는 안녕 2013, 혹은 바이 2013, 굿바이 2013, 페어월 2013, 아디오스 2013 등을 하지 않고 아듀를 굳이 쓰는지에 관한 잡담을 나눴다. 그러고 보니 왜 굳이 다른때는 잘 쓰지도 않는 불어 아듀를 쓰는 것일까.
어쨌든, 2013년은 연초부터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후닥닥 지나간 한 해였다. 기억에 남는 일을 꼽자면 프랑스 남부 놀러간 거 아니 학회 간거 정도...
12월엔 초반엔 송년회들 하느라 바뻐서, 후반기엔 갑자기 일이 많아져서 조금 바쁘고 정신없는 마무리를 하고 있다. 차분히 정리할 시간도 없네...
1월 초까지 프로젝트 중간보고서가 2개에 성과입력들도 정리해야 하고... 라지만 다른 대학원생들에 비해선 훨씬 편한 삶을 (아직까지는) 누리고 있다고 자기만족하며 일을 하고 있다.
아 그리고 오늘은 8월말에 냈던 논문의 드디어 심사평이 왔다. 마이너 리ㅂ;ㅣ젼이 떠서 아직 끝난건 아니긴 한데,
그리고 이건 네ㅇ;ㅣ쳐의 1/100 밖에 안되는 임팩트 팩터를 가지고 있는 (N지가 35인가 되고 내가 낸 곳은 0.3xx ..) 이게 SC급이라는 거에 감지덕지해야 하는 거긴 하지만(...) 그리고 물려받은 실험의 마무리를 짓다가 보니 어쩌다가 내가 저자가 된 거라 자랑하기도 부끄럽지만. 뭐 어쨌든 연말 선물인가 보다.
2014년엔 정말로 건강하고 남에게 뒤쳐지지 않을 정도는 연구를 해 내고 사람들도 잘 만나고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글 중 가장 좋았던 글을 쓰면서 (참고로 풍경에 관한 얘기는 내가 예전에 기차를 탈때 순방향이냐 역방향이냐에 따라 풍경과 멀어지냐 다가가느냐가 달라지고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했던 말과 거의 똑같아서 신기했다)
돌이킬 순 없지만 돌아볼 순 있고, 뒤돌아 갈 순 없지만 뒤돌아 볼 수 있어서, 돌아보고 뒤돌아 보니 참 애증이 많았던 한 해였던 2013년에게 작별인사를 해 본다.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노원괘인 무사의 수장인 궁보삼이 숨을 거두기 전 수제자에게 일러준 마지막 수였습니다. 바로 영화 일대종사에 나오는 얘기죠. 공 씨 집안에 전해내려오는 무술 64중에서 최고 단계 그건 바로 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는 인디언 얘기 들어보셨죠? 너무 빨리 달리면 영혼이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문학평론가 황연산 선생께서 병원에서 권유 받은 운동법 소개하신 적이 있습니다. 날마다 1Km씩 뒷걸음으로 걷는다는 건데요. 그렇게 걷다가 선생은 색다른 발견을 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갈 땐 풍경이 양쪽으로 찢어지거나 갈라지면서 뒤로 물러나지만 뒷걸음을 걸으면 풍경이 앞으로 모인다는 것이었죠.
돌이킬 순 없지만 돌아볼 순 있습니다. 뒤돌아 갈 순 없지만 뒤돌아 볼 순 있습니다. 그것이 시간에 속박된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한 수 아닐까 싶은데요. 풍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세계의 총체를 온전히 불러들이는 일 그것 역시 돌아보는 몸짓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 책방입니다.
[출처] 빨간책방 55회 오프닝 멘트 2013 송년특집 (with 이적)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