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버지 생신이었다. 오후에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학교에 들려 국사책을 가져오는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아버지 생신겸 미국에 있는 동생과 스카이프를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동생이 자기가 보낸 만우절 장난카톡에 너무 시큰둥했다고 뭐라 잔소리를 들었다.
방금 자기전에 둘러본 인터넷 커뮤니티중 하나에선 "있겠죠, 만우절에 진심을 말해본 적" 이란 글이 올라왔다.
여기까진 페북에 올린 글과 유사한데, 오늘 쓴 페북 글을 그대로 블로그에 옮기는 인터넷공간낭비를 하려는 건 아니고. 그건 내 블로그 독자들에 대한 예의(??) 가 아닌거 같다. 조금 길게 써본다.
원 글은..(일부 생략하면)
출처 :http://pgr21.com/pb/pb.php?id=freedom&no=43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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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 사람들도 별로 신경 안쓰고, 누군가 상기시키면 아 오늘이 만우절이네? 뭐 이정도 분위기죠.
하지만 젊으면 역시나 만우절을 좋아합니다. 만우절 장난 하면 사랑이 빠질 수 없겠죠.페이스북에는 연애중 상태 설정이 가능하니 구구절절 말로 하지 않아도 몇번의 클릭으로 간단하게 장난을 칠 수 있죠. 하지만 역시 만우절 장난(?)의 꽃은 고백이겠죠. 그런 고백은 공개적으로 쓰기도 하고, 메신저나 카톡으로 오가기도 합니다. 세로반전을 동봉하기도 하고, 아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런저런 광경들을 보면서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만우절 고백들이 진짜 사심이 10%도 없는 장난일까?
그애는 수 많은 친구들 중 왜 하필 그에게 장난을 쳤을까, 왜 하필 그녀에게 장난을 쳤을까? 통계를 낼 수 있으면 참 재밌을텐데-
대부분의 경우 이런 고백(혹은 어떤 장난도 마찬가지)은 끝내 만우절을 핑계로 주워담게 되어지기는 하지만, 이 만우절이야말로 만우절을 방패삼아 마음속 깊숙히 담아두고 있던 나만의 비밀을 꺼낼 수 있는 1년에 단 한번 있는 기회가 아닐까요? 누구나 가슴에 3천원쯤은 있듯이, 이 가식과 형식이 판치는 세상에서 누구나 가슴에 있을 "진심"을 얘기하는 뜻밖의 가장 진실한 날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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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글이었다.
그러면서 팟캐스트를 듣다가 DJ선곡중에 만우절이란 노래가 나왔다. 이정도로 우연이 중첩되면 필연이라던가? 요즘 페북은 사진/뻘소리 정도로만 쓰고 긴글이나 감정배설(?)글/감상글(음악,책,영화등...) 은 잘 안쓰려고 하는데 3번정도우연이 중첩되면 함 써봐도 될거 같아서 오랜만에 조금 긴 글이지만 한번 써봤다.
그러고 보면 요즘은 페북에는 내 진짜 생각들에 대해 뭔가 긴 글을 쓸 필요도, 이유도 없어보이고... 그리고 내 글들이 쓸때는 오글거리게 쓰는 경향도 좀 있는거 같아 더더욱 페북엔 뭔가 쓰기가 그래서 안 쓰려고 하고 있다. 특히 감상글들 - 드라마나 영화, 책 감상문 혹은 그냥 음악 링크를 별 뜻없이 올려도 가끔 뭔일 있냐고 그런 걱정(???)들이 들어올때가 있어서 -_-
뭐 어쨌든 옛날 생각이 났다. 중학교때는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라 만우절에 장난을 치지도, 장난에 속지도 않았고..
고등학교 1학년때는 한번 친한 친구들에게 나름 장난이라고 했었는데 낚긴 낚았는데 너무 진지한 내용이었는지 반응이 너무 이상해서 사과한 적도 있고... 대학교 땐 교복을 입고 온 적은...없었지만 만우절때 장난이지만 고백을 받아본 적도 있었고.. 한번은 진지하게 말을 걸어 고백같은걸 하려 했는데 내가 난 오늘 만우절인거 알고 있지롱~ 이란 티를 확확 냈었는지 상대가 말 하다 말고 아 됐어요 라고 해 버린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확실히 나이가 들었는지, 요즘은 만우절도 만우절 같지도 않게 지나간다. 오히려 만우절이라 오해할까봐 더 말도 조심하고 연락도 덜하고 그러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도 조용히 지나가고.. 어쩌면 내가 장난을 잘 못받아주는 성격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만..
누구 말마따나 만우절을 즐길 수 있다는건 아직 젊고 유쾌한 사람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혹은 윗 글의 댓글중 하나처럼 생각해보면 '생각해보니 없네요. 만우절에 진심을 전하는것은 지금도 좀 비겁한 짓이라고 생각하는지라...는 핑계고 저는 그마저도 용기가 없었네요.' 인지. 혹은 다른 댓글처럼 '만우절 장난은 (꼭 연애관련 얘기가 아닐지라도) 카톡고백처럼 어렸을 땐, 그게 나름 재밌고 로맨틱했는데 20대 중반이 다되어가니, 그게 찌질한 짓이라는 인식이 박혀서 안하게 되더라구요.' 처럼 유치할때와 성숙할때를 구분지어 주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과거의 장난들이 생각나긴 한다. 대체 너는/난 그런 장난은 왜 쳤었을까. 뭐 그런거.
어쨌든 오늘 3번의 우연이 겹치게 되어 글을 쓰게 만든 노래를 첨부하며 1주일 지난 만우절을 추억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