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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Movies

오랜만에 영화본 것들 정리

#1- 올드보이.


고백하건데 아직 올드보이를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 10주년 기념으로 재개봉 했다길래 한번 보러 갔었는데.


충격적. 영화자체는 재밌고 잘 만들었고 다 좋은데... 개인적으론 보고 나서 거부감이 확확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불편하다고 할까.


잔인한 장면들도 좀 많아서 거시기했지만 뭐 눈 감고 잘 봤고(??) 산낙지 삼키는 것도 징그러워서 눈 감고 그랬는데(...) 선정적인 장면도 좀 많이 나왔지만 그것보다 마지막 결말으로 달려가면서 나오는 충격적인 반전과 슬픔, 그리고 사회적으로 거부된...관계에 대한 충격때문에 머리가 좀 멍했다. 차라리 이 모든게 최면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싶을 정도. 


최민식 연기야 당연하다 싶지만, 유지태가 참 연기를 잘하고 멋있다싶다. 강혜정이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던건 덤.


영화 자체로는 5.0을 주고 싶은데, 개인적 호불호때문에 4.0...


#2 - 애프터 루시아


이 영화는 멕시코 영화인데, 영화는 참 간결하고 깔끔하고 (배경음악이 전혀 없다.) 인위적인 화면 전환이나 클로즈업같은 것도 별로 없고 감정을 고조시키지도 않고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카메라가 있는데...


그래서 더 잔인하고 무섭고 아프다. 부녀가 분명히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데도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다가 사건이 커지고 커지는 것이 무섭다.. 


그리고 멕시코도 학교폭력-왕따- 가 심각한지, 영화에서 왕따하는 장면들은 너무 충격적이면서 잔인했다. (오늘 리뷰에서 충격적이면서 잔인하다..라는 말을 참 많이 쓰는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엔딩은 다른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좋은데, 보고나면 마음이 참 불편해 지는 영화다.


말하지 않은 슬픔이 사람을 어떻게 파괴하는지에 관한 영화다 0- 라는 말이 인상에 남는다.


보면서 나도 너무 뭔가를 표현안하고 담아만 놓고 사나 싶었고..


#3 - 사이드 이펙트


그냥 보긴 참 좋다. 스릴러적 장르에 잘 들어맞는 영화인 것 같다. 여배우가 예쁘다. 반전은 예상가능한 정도지만 재밌다. 뭐 그정도... 그래도 약의 부작용과 제약회사, 그리고 정신병에 대해 다룬 소재자체는 참 흥미롭다.


#4 - 500일의 썸머.


지금까지 본 로맨틱 코미디 영화중에서 최고. 


1) 조셉 고든 래빗은 귀엽다(...) 2) 썸머는 뭔가 엄청 예쁜건 아닌데 엄청 매력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이유보다도,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앞으로, 뒤로, 다시 중간으로, 앞으로. 뒤로 자유롭게 건너뛰며 서사적 구성을 파괴하는데도 오히려 더 구성이 촘촘한 것 같다.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보는 것 같다가도 어느새 달콤한 로맨스 소설의 대사를 속삭이고, 한없이 사랑에 빠진 순수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사소한 것에서부터 삐걱거리는 현실 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한없이 멘붕에 빠진 모습도 정말 비현실적이지만 당해 본 사람이라면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묘사했고............라고 길게 쓰기엔 필력이 딸려서..


어쨌든 사랑에 빠진 후로 뮤지컬처럼 남자의 기쁨을 표현한 장면, 같은 썸머의 모습을 보고서도 사귈때와 헤어진 직후의 표현이 정말 180도 다르게 묘사하는 것도 신선했고.. 남자의 여동생(꼬마) 가 30살은 되어 보이는 남자보다도 더 현명한 조언을 해 주는 것도 재밌었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이 정말 좋다.


마지막 말은 이동진 평론가의 리뷰 일부를 인용하며 끝내겠다.


[마지막 장면까지 다 보고나면 당신은 새삼 이 영화 여주인공의 이름을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계절의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다. 하나의 계절이 끝난다고 시간까지 멈추는 것은 아니다. 모든 계절에는 그 계절만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리고 계절은 흘러간다. 그렇게 흐르는 계절을 따라 사랑도 삶도 끊임없이 흘러간다. 어쩌면 계절이나 사랑 혹은 삶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흐름 자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계절은 겨울. 오늘은 폭설이 왔다. Winter is coming.. 왕좌의 게임은 언제나 시작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