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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Movies

비포 미드나잇.



비포 미드나잇 (2013)

Before Midnight 
7.6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샤무스 데이비-핏츠패트릭, 아리안느 라베드, 아티나 레이첼 챙가리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108 분 | 2013-05-22
글쓴이 평점  


비포 미드나잇을 오늘 봤다.


셀린느의 주름살 만큼 쌓인 세월의 무게. 그 만큼 영화는 더 좋았다. 한 평론가의 말 마따나 세월의 더께, 그리고 세월이 매어준 매듭들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예전에 봤던 비포 선라이즈에서는 어찌보면 순수하게 어찌보면 적극적으로 들이대던 제시와 그 열정을 받아주던 셀린. 그냥 거리를 걸으며 아무 계획없이 사소한 대화만으로도 동감을 하고 공감할 수 있었으며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던 그 둘. 그리고 6개월 후를 기약하며 헤어질 수 있었던 그 둘은


13년 4월에 봤던 비포 선셋에서는 스케쥴에 매여있지만 그 스케쥴속에서 조금이라도 상대를 더 보고 싶어서 미적거리는 모습이었고, 서로에게 바로 다가가지 못하고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다가가고 있는 모습이다. 삶에 물들어가고 있었으며 둘의 생각마저도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로 갈려 있었고 여러 주제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잡아끄는 모습이 좋았다. 추억을 되새기며, 추억을 현재로 바꿔나가는 모습이 좋았다. 마지막에 참고 숨겨놨던 감정을 표출하는 모습, 그리고 결국 비행기 시간에 늦어가지만 셀린느 집으로 올라간 제시와 셀린. 제시는 그 후로 과연 셀린과 함께 했을까.  라는 것이 참 궁금했었다.



그리고 다시. 13년 6월. 오늘 본 미드 나잇.


9년만큼 그들에겐 세월의 무게가 내려앉았고, 9년만큼 족쇄도 많이 생겼다. 한 평론가는 그것을 세월의 더께라고 표현했었다. 두께가 아니라 더께 - 1. 몹시 찌든 물건에 붙은 때나 먼지  2.겹겹이 쌓이거나 붙은것, 혹은 겹이 되게 덧 붙은 것. - 이다.  


하지만, 그 더께가 있어도 그 더께가 들러붙은 그들의 사랑의 원형 - 다시 기차에서 나를 본다면, 같이 내리자고 할거야? - 라는 대답이 여전히 YES 이기 때문에. 그들은 호텔방에서 그렇게 싸웠을지라도, 시덥잖은 타임머신과 미래에서 온 편지라는 제시의 화해하자는 수작에 셀린느는 다 알지만 그래도 속아주면서 화해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 같이 영화를 본 사람은 선라이즈와 선셋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 나도 여자지만 제시가 셀린에게 그렇게 상처를 입히고 비꼬고 했는데 대체 왜 저런 뻔한 수작에 여자가 쉽게 화해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었는데,


비포 시리즈를 다 봤던 나로써는 오히려 그렇게 서로에게 대화를 끊임없이  할 수 있는 그들이 화해하지 않았으면 그걸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진짜 18년이란 세월이 주는 사랑과 연인이란 무엇일까 싶다.


그러고 보면 ㅇㅅ이가 걸었던 링크에서는 29살이 넘어야만 미드나잇이 100% 다가갈 수 있지 않겠냐고 했었고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를 아직 볼 준비가 안되어 있다-힘들다-보지 말았어야 하는 걸 본거 같다 라고 하는 사람과 정말 좋은 영화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충 32살정도가 경계인거 같다고 했었다. 물론 그 기준은 열정과 로맨스에 대한 믿음의 정도라고. 그리고 내 옆사람은 싸울때 훌쩍거리더라.

근데 나는 그 장면이 참 좋았다. 아프지만 그만큼 아니, 더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애정을 보여준거 같다고 해야하나. 모르겠다. 내가 벌써 늙어버렸는지도. 


어쨌든, 이영화는 줄리 델피의 노출이 있긴 했지만, 그게 없었어도 18세 이상 관람가가 되었어야만 하는 영화였던 것 같다. 




영화중에서 충격이었던게  세가지가 있었다.


 첫번째 장면은 제시가 아들을 데려다 주고 오는 차에 기대 있던 셀린의 모습. 물론 이건 처음엔 충격이었지만 기분좋은 충격이며 아 그들은 결혼했구나 하며 왠지 내가 더 안심되고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나서 차에서 14분동안 끊임없는 롱테이크로 둘만의 대화를 보여주는 장면에선 아 내가 아는 그 둘이 맞구나. 싶었다. 그 둘의 대화는 참 합이 잘 맞는다. 주고 받고 유머있고 때로는 능청스럽고 그러면서도 사랑과 애정이 느껴지는 그런 대화.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건 행운이겠구나 싶었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네.


두번째 장면은, 유적지에서 걸어나오면서 호텔로 가는 와중의 얘기였다. 그렇게 영화내내 걸어다니며 얘기만 하던 그 둘. 그런데 그 둘이 이렇게 조용하게 산책하며 얘기하는게 몇년만이라는 대사를 던질때가 충격이었다. 아.. 이렇게 나이를 먹어간다는 거구나. 그리고 년도와 날짜를 기억하는게 아이들의 성장과정이 기준이 되었다는 거에서.  세월에 찌들어간다는 거구나 싶어서.


세번째 장면은. 호텔방에서 그 둘이 싸우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천생연분이고 운명적이며 대화가 잘 통하는 그들도 이렇게 싸우고, 심지어는 한명이 나가버리고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그 둘도 그렇게 싸울 수 있구나.


그리고, 남자인 내가 본 영화에서의 포인트와 시선, 그리고 여자가 본 영화의 시선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괜히 남녀언어사전 이런게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게 아니긴 하구나 싶긴 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전형적인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주진 않지만, 그래서 더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고 좋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비포 선라이즈에 대한 별점을 하나 올리기로 마음 먹었다. 


최근, 아니 올해 봤던 영화중에 가장 좋은 영화였다.


PS. 그러고 보면 확실히 요즘 좋은 영화에 대한 취향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엔 놀란으로 대표되는 각본과 스릴러, 반전등의 스토리라인을 위주로 영화를 봤다면 요즘은 왠지 인간심리-로맨스-드라마가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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