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국내

경복궁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따라가보기 - 2


큰지도보기

경복궁 / 자연관광관련기타

주소
서울 종로구 세종로 1-91번지
전화
설명
-


예전부터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미뤄놨었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따라가보기 프로젝트?? 를 드디어 시작해 봤다.


물론 예전에 운문사 새벽예불을 (강제로...)따라가서 본 적이 있긴 하지만, 그건 너무 일부분이기도 했고 새벽예불만 보고 오느라 뭐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해서 

2012/10/01 - [여행기/국내] - 여름 가족휴가 - 운문사, 해인사, 무주 덕유산, 청남대


사실, 시작했다기엔 좀 그렇고, 다음 답사는 대체 언제가 될지 기약은 없지만 쨌든 시작이 반이라니까.

혹시나 해서 써 놓는데 답사기를 따라가 본 거지 답사내용은 없다. 경복궁위치가 정해진 일화(무학대사및 정도전등..) 역사및 우여곡절(불에 탔다가 흥선대원군때 다시 지어졌다.)등의 내용은 다들 알테고...


근데, 이번에 갔을때는 두가지의 아쉬운 점들이 있었는데... 하나는 날이 엄청 흐렸다는 것이요, 나머지 하나는 핸드폰 배터리가 바닥이어서 사진을 아껴찍었다는 것이다. 감안하고 보길.


한마디만 말하자면, 이 책을 보고 경복궁을 가면 정말 다른 것이 보인다. 우리나라 궁궐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




경복궁을 가는 방법은, 크게 경복궁 역에서 고궁박물관쪽으로 해서 입장하거나, 혹은 광화문 역에서 내려서 광화문이 보이는 쪽으로 가는 방법 두가지가 있다. 그 중 광화문 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책 저자도 '근정전 건물의 진짜 아름다움과 위용은 당시 신하나 외국 사신이 여기로 들어오는 동선을 그대로 따라 들어올 때 확연히 드러난다. 궁궐의 얼굴인 광화문으로 들어와 흥례문에 다다르고 여기에서 금천을 가로지르는 영제교를 건너 근정전에 이르면 홀연히 늠름하면서도 아름다운 근정전이 엄습하듯 다가온다. 근정문을 들어서 근정전으로 다가가면 배경으로 우뚝한 북악산과 인왕산이 발걸음을 이동할 때마다 모습을 달리하며 움직이는 영상처럼 따라온다.

 건축에서는 하나의 건물에 다다르는 시공간적 거리가 관객의 심리에 아주 크게 작용한다. 그동안 경복궁을 좁게 느꼈던 것은 근정전으로 들어가는 동선이 광화문을 통해 나 있지 않고 흥례문을 통해 마치 옆구리로 들어가는 형상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라고 썼는데, 그 말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 느낌인데, 광화문 광장 입구에서 광화문을 바라보면, 광화문 광장과 양 옆의 건물및 대로를 오가는 차들, 세종문화회관, 그 뒤의 경복궁과 청와대, 그 뒤의 산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위의 인용문 처럼 광화문광장에서, 광화문을 따라 들어가면 매표소가 나오고, 매표소를 통과하면 금천-영제교가 나오는데, 안타깝게도 겨울이어서 그랬는지 금천은 말라붙어있었다. 그렇게 들어간 근정전은, 진짜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컸다. 자금성의 건물 크기와 비교해도 딱히 적어보이지 않었다.


그리고 책에서는 자신이 안내를 할때는 꼭 답사객들을 근정문 행각 오른쪽 모서리로 모이게 하는데, 그 모습이 근정전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지점이라고 한다. '여기서 서면 북악산과 인왕산을 양옆에 끼고 듬직한 월대위에 한껏 날개를 편 근정전 팔작지붕이 더없이 아름답고 품위있게 보인다. (...) 그리고 바로 이 자리에 서서 보아야 근정전 앞마당인 전정에 깔린 박석의 미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 불규칙한 선, 기하학적인 직선과 수평선 그리고 처마의 곡선과 북악산 인왕산의 자연스런 능선의 어울림은 어느 미국 미술평론가 말대로 포스트모던적인 어울림이다'


라고 했는데, 그렇게 말을 듣고 보니 그 말이 참 맞는것 같았다. 역시 작가의 말마따나 아는 만큼 보인다.그 위치에서 바라본 사진은 꼭 책을 사서 보시길 바란다.


근정전은 뒤쪽이 앞쪽보다 살짝 높다. 박석이 눈에 잘 들어오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박석은 불규칙하면서도 미끄럽지 않고 견고하며 햇빛을 난반사시켜 한여름에도 눈부심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박석은 배수에도 탁월한 역할을 한다. 빗물이 박석이음새를 따라 제 길을 가는 동선이 아름답기도 할뿐 아니라, 빗물이 흐르는 길을 자연스럽게 길게 만든다고 하니 미학적 요구와 공학적 요구를 만족시키는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근정전에는 사방에 돌계단이 나 있으며, 그 난간마다 세 종류의 조각상이 있는데, 하나는 방위를 지키는 청룡,백호,주작, 현무이고 그 외에는 십이지 상이 있으며, 마지막으론 서수상이 있다. 사신상의 공간관념과 십이지상의 시간관념이 조합되어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며 또한 난간이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가 재밌게 바라 본 것은 그 조각상이 아니라 사각 모서리마다 있는 석견이라는 짐승 한 쌍의 조각이다. 왜 그런지는 책을 보길 바란다.


책에서는 그 다음에 경복궁의 기본 구조인 3문 3조와, 건축상의 변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그러면서 경복궁이 상당히 큰 공간(14만평)이므로 최소한 두 차례는 방문해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엔 경복궁의 핵심공간인 3문3조, 아미산 굴뚝과 꽃담장, 경회루를 살피는 것이고 두번째는 태원전 권역, 장독대, 건청궁과 향원정을 둘러보고 북문인 신무문으로 나가 바깥 담장을 돌아보라고 썼다.


근정전 뒤로 가면 임금의 집무실이던 사정전, 임금의 침실인 강녕전, 왕비의 침실인 교태전이 있다. 


여기서 작가가 주목하는 것중 하나는 강녕전의 굴뚝이 교태전 행랑채에 설치하였다는 것이다. 나도 그 책을 보고 굴뚝을 자세히 살펴봤는데 책이 아니었으면 그런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을 뻔 했다.


알고 보면 우리나라 굴뚝들은 집 밖으로 멀리 나와 높이 세워진다. 난방의 원리중 하나는 열을 오래 붙잡아 두고 연기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건데, 서양은 바로 위에 굴뚝을 만들지만 이러면 연기뿐만 아니라 열도 금방빠져나가 열손실이 막대하지만, 우리나라는 구들을 놓을 때 땅 밑을 파서 개자리라 불리는 것을 설치한다. 그러면 불을 눕혀서 오래 붙잡아 놓고 연기도 밖으로 멀리 빠져나갈 수 있다고 한다. 



교태전 뒤쪽에는 아미산이라는 꽃계단이 나오는데 아기자기하다. 또한 세번째 단에 있는 기둥은, 다른게 아니라 교태전의 굴뚝이라고 한다. 

작가는 이 아미산꽃계단이 인간적 체취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고 자랑한다. 또한, 우리나라 에서는 이 꽃계단(화계)가 우리나라 조원의 큰 자랑이자 특징이라고 한다. 자세한 것은 책을 보길 바란다. 봄/여름이었다면 더 아름다웠을 텐데 아쉽다.


거기서 서쪽으로 향하면 그 유명한 경회루가 있다. 원래 용도는 외국 사신을 맞이하고 국가의 여러행사를 거행하는 곳이다. 



여기까지는 다들 가 봤을 곳인데, 진짜 아름답고 예뻤던 곳들은 아래부터이다.


그 다음, 궁궐 북쪽으로 가보면 건청궁이 나온다. 이 공간은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거처하던 공간이다. 이 공간은 궁전이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한옥처럼 보인다.


 건청궁을 고종이 지은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추측할 수 있는데,

 하나는 아버지 흥선대원군과 독립된 공간에 거처하며 왕으로서 정통성을 확립하려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다. 흥선대원군에게도 알리지 않고 건축을 시작한 점 + 건청궁이 완공될 즈음에 친정선언을 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두번째는, 인간으로서의 편안함을 갖고 싶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순조도 창경궁에 양반가옥을 본뜬 연경당을 지었고 헌종은 사랑채가 편안해 보이는 낙선재를 지었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그래서인지, 건청궁은 우리나라에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물이라고 한다.


사진엔 없었는데, 장안당의 누마루가 특이하며 아름답다.


이 곳은 명성황후가 살해된 옥호루라고 한다. (명성황후는 개인적으로 과대평가된 사람으로, 부정부패와 사치, 무능의 대명사라고 생각한다만...)


그리고 정말 아름다웠던 곳. 향원정.


경복궁에 대체 이런곳이 있었단 말인가. 지금까지 내가 가본 경복궁엔 이런 곳이 없었는데; 다음에 경복궁 갈 일이 있다면 맑은 날 꼭 이곳을 가보길 바란다. 날씨가 흐렸던게 아쉬웠다. 정말 아름답다. 사진보다도 훨씬. 


마지막으로, 집옥재가 있는데, 고종이 서재로 지은 건물로, 중국풍이다. 하지만, 그때 입장에서 보면 시류에 맞춰 지은 신식건물이라고 한다. 집옥재 옆에는 서양식 시계탑이 있고, 의자들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둘러보고 보니 경복궁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그만큼 아름다웠다. 그리고,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 진 건축이라는 책의 얘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쓴 것은 상당부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권의 첫 4개의 장을 인용했으며, 순서도 그에 따른다는 것을 감안해 주시고, 책을 안 사셨다면 한번 사 보시는걸 추천한다. 

진짜 유홍준 전 장관님의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가지는 사랑과 안목을 재밌는 일화와 이야기를 통해 보다보면 자연히 우리나라 문화유산도 한번 봐보고 싶고, 그렇게 한번씩 두번씩 보다보면 조금씩 우리나라 건축의 아름다움을 익혀가는 것 같다. 그러다보면 우리나라 미술이 특징이 없다느니 작다느니 하는 말은 함부로 하지 못하게 되고, 내가 그렇게 느꼈던 건 단지, 지금까지 우리가 잘 몰랐기 때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유홍준 씨(?)님(?)을 장관으로 택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은 참여정부가 잘 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이렇게 우리나라 문화유산에 대해 사랑을 가진 사람이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