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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국내

여름 가족휴가 - 운문사, 해인사, 무주 덕유산, 청남대

몇년간 매번 가족 여름휴가때 가지 않고 혼자 다른 곳 여행을 가고 그랬는데, 올해는 가족 여름휴가에 따라갈 기회가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해외여행을 못가게 되었다...


어쨌든 그래서 이번엔 부모님이 나도 꼭 가자고 하셔서 따라가게 된 여름 휴가.


첫 시작은 운문사였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나온 새벽 예불을 부모님이 꼭 보자고 하셔서... 전날 저녁 10시에 출발해서 새벽 3시에 운문사에 도착했다. 운문사는, 비구니 스님들(여자 스님들)이 공부를 하는 절이라고 한다. 스님의 여대라고 할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는 200여명의 학승들이 무반주로 울려퍼지는 새벽예불은 장엄하면서도 웅장하고 아름답다고 해서 좀 기대를 하고 갔었는데... 하필이면 방학기간이어서 그랬는지(??) 약 10-20여명의 스님들만이 새벽예불을 드리러 대웅전에 모였다. 그래서 웅장하거나 장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경건하고 아름다운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면 여행갈때마다 성당에 들려서 미사에 참가하도록 노력한다. 그 이유는..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때는 정말 이런 아름다운 장소에서 이런 아름다운 인간의 목소리만으로 신을 찬양하는 소리를 듣자면 신이 존재하는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데. 예불은 분위기는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신(?????)에게 기도하는 소리여서 그런지 미사의 합창곡들과 같이 경건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예불이 끝나자 나오는데, 절의 구조가 좀 신기했고, 절 입구로 들어가는 길 양옆에 있던 나무들은 무서우면서도 운치가 있었다. 낮에 다시 왔으면 좀 신기했었을 듯 하다.

아, 한밤중의 들판에서 보는 별들은 정말 엄청나게 많았고, 아름다웠다. 영월갈때 천문대에서 별자리 보는 법을 배웠었는데, 막상 써먹으려니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아서 아쉬웠다 ㅠㅠ


그리고 나서 차에서 자다가 깨서 해인사로 향했다. 

해인사안에서는 단체관광객들 사이에 껴서 벽화 설명도 좀 얻어듣고, 팔만대장경도 보고 그랬다. 이런 곳에 올때마다 아직 절간/한국건축물을 잘 감상하는 법좀 배울껄...이라는 후회가 든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같은 책을 더 열심히 볼걸 하는 후회가 든다. 아 해인사에는 외할아버지/할머니의 위패가 모셔져 있어서 시주(?)도 하고 왔다. 

해인사에는 의외로 외국인들이 구경온 모습들이 보였다.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곳이어서 그런가?


 점심엔 한방돼지갈비찜을 맛있게 먹었다. 돼지갈비찜인데 고기가 꽤 푸짐하고 맛있었다. 뭔가 벽에는 사인도 잔뜩 되어있는, 나름 지역명소 맛집이었던 듯 하다. 


아, 말을 안했던거 같은데, 이 기간엔 하루종일 비가 주륵주륵 쏟아졌다. 해인사까지는 그래도 비가 거의 안왔는데, 해인사를 나오면서 부터는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덕유산 휴양림에 도착했으나, 산림욕/등산은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숙소에서 푹 잤다.


그 다음날, 비가 좀 뜸하길래 산림욕을 하러 나갔다...만,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서 철수. 이젠 청남대로 향했다.


원래는 대통령의 여름별장이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여 우리들도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산책로가 여러 코스로 나뉘어 있었으며 각 코스마다 전 대통령들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근데 전두환 노태우 따위의 이름도 붙어있었다 -_- 그리고 전두환/노태우 길이 호숫가라 조금 더 아름다운 길인거 같았다...


코스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각 코스당 40분, 1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가족은 시간이 없어서 그냥 호숫가를 따라 걷는 노태우 길만 걸었는데, 날씨가 흐려서 시야가 잘 안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호젓하고 산책하기엔 괜찮은 곳이었다.


그리고 본관에는 대통령들이 쉬던 본관이 있는데, 본관을 전두환이 주로 지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그림 설명사진마다 전두환이 있었다... 뭐 어쨌든 건물은 그냥저냥 했지만 대통령들이 쉬던 별장을 들어가 봤다는 것으로 만족.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국내 여행을 이렇게 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예전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나온 곳들을 책을 들고 가 보는 것이 꿈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대학생때는 할 줄알았더니 결국 하지 못했다가 이제서야 (운문사만 들러보긴 했지만) 어릴때 가졌던 꿈의 일부를 이뤄본 것 같다.


작가의 말 마따나, 아는만큼만 보이는 게 우리나라 문화유산인 것 같다. 외국여행갈때 준비했던 것정도만 준비해도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잘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휴가를 다녀왔다. 언젠간 경복궁을 문화유산 답사기 책을 들고 갈 날이 있을...까? 근데 같이 갈 사람이...

(라고 적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원래 난 계획/준비를 잘 하지 않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