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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유럽여행(2010.8.11-26)

5일째 - 피렌체 : 좋은 도시, 좋은 사람들.

4일째의 우울한 기분은 뒤로 하고 아침 일찍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한 후 피렌체로 향하기 위해 테르미니 역으로 향했다. 이젠 좀 익숙해 졌다고 생각한 로마와 테르미니 역을 떠나니 좀 아쉬웠다는 느낌도 조금 들었지만, 새로운 도시로 향한다는 기대감이 더 컸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테르미니 역의 카페에서 모닝 카푸치노를 즐기는 품격있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 준 후 피렌체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피렌체 중앙역에 도착하니 약 10시 반. 기차에서 내리자 마자 성당에서 종이 울렸다. 나를 환영하는 종소리구나! 왠지 예감이 좋았던 피렌체 였다.


(미리 한줄 요약하자면, 도시도 적당한 크기에, 중세도시와 같은 건물들과 골목들이 정말 맘에 들던 도시였다.)


그리고, 피렌체의 숙소에 갔는데 친절하고, 와이파이도 잘 잡히고, 넓고, 깔끔해 보이고 여러모로 좋았다. 게다가, 5인실인데 2층침대가 아닌 혼자 떨어져 있는 침대를 쓰게 되어서 더 좋았다. 모르는 사람이 아래에 있는 상태에서 2층 침대를 쓴다는건 아침에 오르락내리락하기도 조금 신경쓰이고 불편했다.


숙소에 짐을 던져놓고, 바로 그 유명한 두오모로 향했다. 


그런데, 도착해서 보니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여행하다 보면 요일 감각이 없어지는데, 어쨌든 일요일엔 미사때문에 12-4시에만 두오모를 개방하며, 그나마 두오모안(쿠폴라)에는 입장이 불가능.


그래서 그 옆에 있는 지오또의 종탑으로 가서 일단 피렌체의 정경을 봐야겠다라고 마음먹었다. 이 종탑은 두오모를 바로 옆쪽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내앞의 사람이 나와 같은 관람가이드 책을 가지고 서 있다. 이런 인연이...싶었는지 앞 사람이 말을 걸었고, 그래서 겸사겸사 얘기를 같이 하며 종탑을 올라갔다.


올라와서 피렌체를 바라봤는데, 로마보다도 피렌체가 더 예뻤다.

도시도 적당한 크기였고, 저층 건물들사이로 뻗은 길들 하며, 그 건물들의 빨간색 지붕들이 조화로우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줬고, 무엇보다도  그리고 하늘은 어쩜 저렇게 맑고 파랗고 구름이 예쁜지 놀랐었다.


그래서 사진도 잔뜩 찍고, 같이간 한국인의 도움으로 인증샷도 찍었으나... 인증샷은 차마 올리진 못하겠다...



왼쪽 : 지오또의 종탑  오른쪽 : 지오또의 종탑에서 바라본 두오모

 


같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김에, 얘기를 하다 보니 겸사겸사 그냥 같이 그 한국인과 다니기로 했다. 워킹 할리데이 갔다가 이탈리아 여행하고 출국한다는 여대생이었다. 잡다한 얘기를 하면 천천히 베끼오 궁전, 그리고 그 앞에 있는 란치 로자 - 회랑형 미술관으로 향했다. 그 유명한 다비드 상 (모조품) 과 페르세우스 상등등의 모조품이 있다. 그리고, 그 회랑에는 분장을 한 많은 거리의 예술가(?)들이 있었다. 


이 회랑을 지나다 보면, 우피치 미술관이 있다. 말그대로 세계 최고의 르네상스 미술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수시간을 기다려야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며, 심지어 입장가능 시간을 전광판에 띄워주고 있었다.

 줄 서서 기다리기가 아까워서, 그냥 오후에 사람이 줄어들어 있으면 그때 보고 아니면 걍 안봐야지 라는 마음으로 패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안타깝다.. 다음에 가면 꼭 예약해놓고 봐야겠다.


그 다음, 폰테 베키오. 그 유명한 피렌체의 다리로 향했다. 로마와는 다르게 피렌체는 도시가 작아서 그런지 천천히 걸어가도 주요 관광지를 금방 볼 수 있었다. 폰테 베키오는, 다리 의 양쪽에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대부분이 귀금속 상점이었다... 그림의 떡 -_-



그리고 다리를 건너서 피티 궁전으로 향했다. 피티 궁전은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를 주름잡던 가문인 피티 가문이 부를 자랑하려고 지었으나, 결국 메디치 가문에 팔려 메디치 가문의 궁전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내부는 박물관/갤러리로 사용되고 있었으나, 그냥 그림을 보긴 아까워서 넘어갔다. (지금 보면 그땐 나름 두번째 유럽여행이고 일정에 쫓겨서? 박물관, 미술관들을 너무 안 들어갔던것 같아 아깝다...)


그 다음엔 산타 크로체 성당으로 향했다. 이 곳은 역병이 돌때 구호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회벽으로 마감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후가 되어서 오전에 보지 못했던 피렌체 두오모 성당내부로 들어갔다. 아 이제서야 말하지만, 피렌체 성당의 공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 꽃의 성모교회'이다. 

하지만, 바티칸의 베드로 대 성당에 압도 당한 뒤여서 그랬을까... 내부 장식과 그림들은 대단한 건 없어 보였다고 착각을 하였다. 바티칸을 먼저 보고 나니, 한동안 성당들이 다 별게 아닌것처럼 착각을 하게 되었었다... 생각해보면 나름 화려하고 멋진 곳들이 많았었는데.


그리고, 이제 같이 다니던 사람과 헤어져서, 나는 보볼리 정원을 보고 싶어서 보볼리 정원으로 향했다. 보볼리 정원은 피티 궁전의 정원이다. 별로 기대를 하고 가지도 않았는데, 정말 좋았다!!! 고즈넉한 오솔길 분위기도 좋았고, 여기저기 꾸며놓은 정원도 좋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예쁘고, 매력있는 피렌체의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중간에 오솔길에 앉아서 혼자 쉬는 여유도 부리고. 벨베데레 요새에서 피렌체의 전망을 한번 쭉 훑어본 후, 정문쪽이 아닌 후문으로 해서 뒷 골목길로 해서 내려왔다. 사람 사는 거주지 거리였던거 같은데, 건물들이 꽤 예뻤다. 유럽의 소도시를 거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경치 감상을 마친 후,  자라 라든가 기타등등 중저가명품(??)브랜드 점을 돌아다니며 쇼핑을 좀 했다. 사실 진짜 명품 브랜드를 사려면 the mall 로 나가야 하는데, 가려면 따로 날을 잡고 가야 한다. 돈도, 시간도, 의욕도 없어서 패스


그렇게 쇼핑을 마치고 잠시 숙소에 들어와서 짐정리를 하고, 저녁도 먹고 야경도 보려고 다시 나왔다. 

 

석양이 지는 아르노 강변을 지나 저녁 피자식사. 사실 둘러보다가 한 식당의 메뉴를 보는데 주인장이 오라고 권했는데도 그냥 됐다하고 나왔는데; 더 둘러보다 보니 그 곳만큼 괜찮은 곳이 없어서 다시 그쪽으로 가는데 주인장이 친절하게 권해줘서 다시 그 가게로 갔다... 미안하고 뭔가 그랬는데; 아저씨가 너무 친절하고 인상이 좋았다. 


쨌든 저녁을 먹고 미켈란 젤로 언덕, 광장으로. 


가서 야경을 찍고 있는데, 카메라가 좀 안 좋아서 야경을 찍으려 난간에 카메라를 놓고 찍고 있으려니까, 한국인 6명이 온 일행이 인증샷 찍어드릴까요 하며 말을 걸길래 고맙다고 말하고 인증샷 몇개 찍어줬다! 그러다가 말을 막 하면서 1시간여를 재밌게 보냈다. 스페인부터 자전거 여행을 하는 30대 아저씨(..) 도 있고 체대생 배낭 남여행객도 있고, 그냥 취직전에 여행 온 25세 여성 두분과 초등학교 여 선생님 두분. 한인민박에서 만나서 같이 왔다고 했다. 다들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내일 베네치아를 간다니까, 그 사람들이 베네치아를 들려서 피렌체로 왔다는데, 비가와서 고생했다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말해서 좀 걱정이 되었지만.. 어쨌든 맥주도 나눠 먹고 햄/치즈도 먹고 인증샷도 찍어주고, dslr로 내 사진 찍어주더니 메일로 보내준다고 해서 감동했었다. (그리고 진짜로 보내줬다! 감사할 따름이다...)

역시 좋은 여행지에선 좋은 사람들도 만난단 말이야.


시간에 따른 야경의 변화.









 dslr의 위엄; 그렇게 놀다가, 거의 막차(..또 막차야;;)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정말 지금까지 여행했던 나날중, 가장 맘에 드는 풍경과 식사, 그리고 야경, 사람들이었다. 

I love Firen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