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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유럽여행(2010.8.11-26)

2일째 오후 - 로마.2

추석연휴에 할 일이 없어서... 뜬금없이 예전에 싸이월드에 대충 썼던 여행기를 블로그로 옮기고 있다. 너무 오래된 글이라 뜬금없다고 놀라진 않을까 모르겠다;; 2010년에 다녀온 여행기이다.


옛날 여행기를 보니, 관록이 쌓이기 전(?) 의 여행은 참 무식하게 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관광을 했지만 단체관광과 별로 다르지 않게 유적지를 찍고만 온 경우가 참 많았다... 그리고 여행기쓰는 스타일은 별로 변하지 않았구나. 잡다하게 사진만 많고 주절주절.. 쨌든 정리용



2011/07/17 - [여행기/유럽여행(2010.8.11-26)] - Vatican - 성 베드로 성당 에 이어서.


그러고 나니 1시. 대성당을 나오고 나니 허리가 아프고. 선글라스를 썼는데도 그 강한 햇빛에 눈이 좀 부신거 같았다. 무엇보다도 왠지 모르게 파란 하늘을 보다 보니 눈물이 조금 핑 하고 돌았다. 조금. 

배고파 그랬나 어쨌나 싶어서, 바티칸 주변의 식당중 인터넷에서 맛집이라고 추천해 줬던 곳을 찾아 들어갔다. 그냥 마가리타 피자와 콜라 한잔을 시키고 쉬고 있었는데, 온 피자를 보니 큰 피자가 한판이 통으로 나왔다...피자는 크고, 그만큼 짰다.. 이 음식점만 짠 줄 알았는데, 원래 이탈리아 음식들이 짠 것같다.. 내가 양을 많이 먹는 편도 아니고, 짜고 배부르고 해서 5/8만 먹고 나왔다.


바티칸 주변의 유명 젤라또 집 old bridge. 여기도 3가지 맛이 2유로! 

그런데 어제 콘에 받아서 먹다가 녹아서 고생을 많이 했던 경험이 생각나서 컵에 받았다. 

생각보다 안 크게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상당히 크다. 아까 점심에 피자도 배불리 먹었고 젤라또도 많고 배도 딩딩하고 해서 기분좋게 오후의 관광...을 시작했는데..이게 관광이 아니게 될 줄이야. 




















 일단, 아래 지도가 내가 2일째 13:30-20:00 까지 로마를 걸어다닌 경로다.

  

11.12km. 저건길따라 대충 표시한 거고 사실은 더 돌아가고 그랬으니 대충 12km. 30리.


경로만 적어도 바티칸 -> 산탄젤로 성 -> 법원 -> (빙 돌아서) -> 나보나광장  ->판테온 -> Area Sacra -> 베네치아궁전 -> 비트리오엠마누엘2세기념관앞 -> 캄파돌리오광장 -> 다시 비트리오 엠마누엘 2세 기념관 -> 포로 트라이아노 -> 트레비 분수 -> 스페인 광장(계단) -> 트리톤의 분수 -> 레퍼블리카 광장 -> 로마 테르미니역..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이렇게 여행하지 말자. 정말로. 힘들어서 한곳한곳을 자세히 둘러보지 못하게 된다. 


처음 출발은 좋았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나와 산탄젤로 성(천사의 성)까지 연결된 대로를 따라 걸어왔다.











 천사의 성은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가격도 비싸다고 생각되었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해서 그냥 귀찮아서 패스 했다. 근데, 지금 생각하면 후회된다.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가다 보니 이렇게 조그만 금액에 연연하는 실수를 했었구나... 지금이었다면 금액따위 신경쓰지 않고 그냥 갔을 텐데 ㅋㅋㅋ)


산탄젤로 성 앞의 다리도 조각상이 있고, 산탄젤로 성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괜찮았지만 사실 나는 그 풍경보다도  다리에서 보는 성 베드로 대성당과, 테베레 강의 강변이 더 좋았다. 

베드로 성당에 압도당했다가 자연과 가로수길 강변을 걸으니 좀 마음이 안정되고 고요해졌었던거 같았다.







 강변이 좋아서 원래대로라면 산탄젤로 성 앞의 다리를 건너야했으나 조금 더 걸어갔더니 법원이 나왔다. 그리고, 강변에는 조그마한 관광객 대상의 장터가 있었다. 법원도 오래된 도시의 것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웅장하고 멋있었다. (그렇다고 꼭 들러서 구경할 만한 가치는 없다.)

이렇게 걸어서 도보여행이 여행의 진정한 묘미지! 라고 좋아하며 천천히 걸어서 다리를 건너 다음 목적지인 나보나 광장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길을 헤메서 200m면 도착할 거리를 1.2km 걸어서 나보나 광장에 도착. 


유럽의 광장들은 서울광장/광화문광장 처럼 엄청나게 크진 않았지만, 주변 건물들이 안온하게 광장을 둘러싸고 있으며 사람들이 더 편하고 자유롭게 쉬기 좋은 곳이다. 


그날은 하루 종일 정말 햇빛이 눈부시게 내리쬐고, 하늘도 새파랗고 멋진 광장이 나오고 분수가 있고, 분수가에 앉아서 쉬는 사람들이 너무 화사하고 따뜻해 보여서 였을까. 순간 눈물이 핑 나왔다. 왜 그렇게 울고 싶었는진 모르겠다. 어쨌든 너무 피곤하고 해서 다리도 쉴 겸 나보나 광장에 앉아서 하염없이..20분 이지만... 앉아서 쉬면서 풍경을 즐겼다.


쉬다보니 기분도 안정되고 해서 판테온으로!! 지도보니 가깝길래 그냥 걸었다( 다시 생각하지만 대체 왜 그랬을까 -_-)


한쪽 면이 공사중이긴 했지만... 상당히 거대했다. 양옆에 공간이 없이 바로 건물들이 들어차 있어서 그런가 더 공간전체를 차지하는 느낌이 들었다.


판테온의 미스터리는, 지붕이 기둥하나 없이 43.3m 높이의 돔으로 건설되어 있으며, 가운데에 있는 구멍의 지름이 9m, 라는 것. 정말 고대 공학기술은 대단 한 것 같다. 판테온안에는  라파엘로의 무덤, 엠마누엘 2세의 묘등이 있었다. 그리고 성당으로 이용되어서 간의의자가 많았다. 피곤해서 앉아서 다리를 좀 쉬게 했다.밖에 나와서 판테온의 후면을 보니.. 여기저기 부셔져 있어서 세월의 흔적이


그리고 이탈리아에 온 목적 중 하나!! 커피!! 카푸치노가 1유로! 판테온 주변에 커피를 끝내주게 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갔다. La Taza D'oro.




최고였음. 1유로(1500원)에 이정도의 맛이라니. 돈이 아깝지 않다! 근데 신기한건 외국 사람들은 에스프레소를 그냥 받은후 설탕 한봉지를 털어넣고 쓱쓱 저은 후 원샷을 하고 나가더라... 안 쓰나? 신기해서 다음날 꼭 그렇게 먹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가는길에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아르젠티나 신전터를 잠시 들렸다. 로마의 흔적이 잘 나타난 유적지였다...(고 생각했었는데, 왜 관광가이드책엔 소개도 안되어 있는지 알겠다. 나중에 보니 여긴 정말 별거 아니었다.) 


그리고 지도상으론 가까운 베네치아 궁전에 걸어서 도착. 근데, 베네치아 궁전 자체는 겉보기엔 그저 그랬다. 안의 미술 전시는 관심이 없어서 패스. 그리고 엠마누엘 2세 기념관 광장에 도착했다.


기념관에 들어가기 전에, 왠지 옆쪽에 있는 언덕과 그 건물이 멋있어 보여서 그 언덕으로 향했다. 알고 보니 그 언덕은 로마의 12언덕중 1언덕인 캄파돌리오 광장이었다. 정면엔 5현제중 하나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동상이 있었고, 미켈란젤로가 조각/설계한 조각과 건물들이 보였다.

이 곳에서 약간 샛길로 들어서면, 포로로마노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 있다. 포로 로마노를 들어갈 생각이 없다면, 이곳에서 전경을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고대 로마공화국-제국때 실제 건축물들의 자취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가끔씩 얘기했던거 같은데, 나는 고대 로마를 좋아해서, 아 이게 여행이지... 하면서 한동안 넋놓고 그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엠마누엘 2세 기념광장. 크고 거대하고 세련되었다. 하지만 로마 사람들은 너무 현대적이고 흰색의 대리석 건물이라 별로 이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이 곳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포로 트라이아노가 나온다. 고대 로마때 다키아를 정복한 5현제중 한명의 이름을 딴 이 광장의 핵심은 승전탑. 탑을 쭉 둘러서 다키아정복기를 석조각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나서 Via del Corso를 따라 걸었다. 우리나라로 치면...음... 좁은 강남대로 같은 곳이다. 큰 길인데, 양면에 엄청난 명품매장과 쇼핑점, 기념품점들로 북적북적... 사람들도 북적북적..


그렇게 걸은 후 약 4시반즈음에 트레비 분수에 도착했다.

트레비 분수는 그렇게 넓지 않은, 오히려 좀 좁은 공간이었는데 그 안에 엄청난 사람이 있었다.  주변엔 다 큰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그늘도 져서 사진발도 잘 안받고, 전체를 찍을만한 구도도 안나오고. 앉아서 좀 쉬려고 해도 사람들때문에;; 쉬기도 힘들고. 한국인이 몇번 나한테 사진찍어달라고 해서 찍어주고 그렇게 나왔다. 근데 알고보니 깜박하고 동전 안던졌더라...


그렇게 트레비 분수를 나와서, 스페인 광장/계단으로 향했다. 아 가는길에 콜론나 광장을 거쳤다.이게 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기둥.. 인데 역광이었다 ㅡㄱ


스페인 광장앞엔 스페인 대사관이 있고, 생각보단 꽤 큰 광장이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스페인 계단. 여행가이드마다 이 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잡으면 사람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겁을 줘서 엄청난 사람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적었다. 다행인듯..



여기쯤 오니까 피로가 몰려와서, 그냥 계단에 철푸덕 앉아서 하염없이 쉬면서 사람들을 바라봤다. 1시간정도 계단에 앉아서 시커먼 동양인 한명이 거지처럼 앉아있었을 듯 하다. 혼자 온갖 망상들을 하며 있다가 8시까진 테르미니 역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일어섰다.


 그런데, 왜 난 그 고생을 하고서도 지도에 낚여 가까워 보이는트리톤의 분수와 리퍼블리카 광장을 거쳐 걸어가기로 결정한 것이었을까.학습 능력이 없는 존재였나,아니면 좀 쉬었다고 기운이 충전되서 의기양양했던 것일까..그렇게 다시 걸었다..트리톤의 분수는 이랬고, 영화관이 있었다. 나쁜 풍경은 아니었지만,  나처럼 굳이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었던듯..;


리퍼블리카 광장은, 오래된 교회를 마주보고 양날개에 거대한 쇼핑(??)상가가 펼쳐져 있고 가운데엔 분수가 있었는데. 여기도 그렇게 꼭...들릴만한 곳은 아니었다. 물론 이 곳들이 무가치하다는 건 아니다. 단지, 로마는 유명하고 멋진 볼 장소가 하도 많기에, 이 정도는 그냥 그런 장소였다는 것.


이정도 걷고 나니 거의 내가 왜 걷고 있는건지 이건 국토종단도 아닌데 내가 왜 로마를 관통해서 걷고 있는건지 나는 어디인가 여긴 누구인가...라는 생각으로 무념무상하며 걷다 보니 어찌저찌 테르미니 역앞 도착.


목이 마르고 완전 지친 상태에서 음료수좀 마시려고. 기차역안에 상가가 있으니 거기로 가서 뭐라도 마셔야지 하며 지하철역이 보이길래 들어갔다. 그런데 왜 나가는 출구가 없다.. 그래서 다시 내려온 출구로 나가려고 봤더니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밖에 없다.  로마한복판에서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올라가는 추태를 부릴까 1분간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에스컬레이터 폭이 좁고 사람들이 계속 내려오길래 포기 하고 역무원한테 물어보려 했는데 역무원도 없어...

그냥 지하철 탔다..................ㅁㅎ미회모ㅜ미ㅗㅠㅡ!%%# 어차피 지하철 탄 김에 테르미니역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숙소에 들려 옷좀 갈아입고 샤워를 하고 다시 테르미니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8시엔,  한국에서 미리 로마에서 하루 저녁을 같이하기로 약속 한 사람을 만났다. 

근데 아쉽게도(??) 30? 33? 의 건장한 아저씨였다 ㅋㅋ  쨌든 같이 역 주변에서 짠 리조또를 먹고 ㅠㅠ 


야경을 같이 찍으러 가기로 했다. 근데 이분 카메라가 장난이 아니길래 물어봤더니 사진만 3년 배운, 카메라 렌즈 기타등등이 1000만원이 넘는... 그런 카메라였다. 

 내 똑딱이 디카는 너무 부끄러웠다.. 그런데 그 분이 러시아 항공을 타고 왔는데, 러시아항공에서 짐 한무더기를 분실해서 80만원 짜리 삼각대(...삼각대가 내 디카보다 비싸)를 잃어버렸다고, 역 주변의 잡상인에게 쿨하게 10유로짜리 삼각대를 사셨다 ㅡㅅ직장인의 위엄.그리고 버스를 타고 산탄젤로 성 앞으로 향해서 몇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나서.. 트레비 분수를 다시 갔는데..생각보다 야경이 예쁘진 않았다.근데, 사람은 미친듯이 많았다;;


 쨌든 가는 길에 또 살짝 헤메고(...) 그 형에게 젤라또를 얻어먹고, 그 형이 내가 밤에 디카 잘 안찍힌다니까 그냥 자기가 나중에 사진 보내준다고 해서 내 사진기는 포기했다. (근데 아직 안 보내 줬다.. 그래서 사진은 없음) 좀 있다보니 11시허겁지겁 로마 지하철 막차를 타고 (..로마에서나 한국에서나 막차인생이군) 숙소를 돌아왔다.


그런데 지하철 역에서 내렸는데, 거리가 완전 깜깜하고 완전 무서웠다(...) 외국에선 혼자 밤늦게 있으면 정말 안 될거 같다.그래서 엄청 종종걸음으로 숙소 도착. 다들 자고 있더라; 


돌아와서 보니 양말이 양쪽 모두 구멍이 나있었다.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12km + 밤에 약 4km(...그 형에게 좀 미안하다) 정도를 스니커즈신고 무작정 걸었으니 그럴만도 하지. 그렇게 2일째 밤은 40리를 걸은 후라 그런지 푹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