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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유럽여행(2010.8.11-26)

유럽여행 첫날. Up in the air (삽질기)

1년쯤 지나서야...미루고 미뤘던 여행기를 쓰는건 내 특징인듯 하다.
이제서야 작년 여름에 갔던 유럽여행기를 쓰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뭐 싸이에 올린 여행기는 다시보기도 귀찮고 뭔가 남들 보라고 쓴거다 보니 진솔하지 못하고 맘에 안든다는 것이 첫째요, 중국여행기를 올리고 나니 조횟수가 평균 30을 육박하게 올라갔다는게 둘째요...


사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행가고 싶어서 ㅠㅠ

어제 친구한명이 "내가 집이 가난해서 애플농장을 차려보고자 아이패드 2를 구매하려고 하나, 돈이 모자르니 큐옹께서는 돈을 좀 빌려주시길 바랍니다" 라는 말에 돈을 빌려주다가... 통장 잔고를 보니 지난 여름에 여행갔을때 모았던 돈정도가 들어있던 것이었다. 근데... 이젠 여행을 갈 수가 없네.
그래서 대신 여행기라도 써 보려고 한다. 그런데, 끝까지 잘 쓸 수 있으려나.

2010/07/27 - [여행기] - 유럽여행 준비편 - 1. 비행기, 숙소, 기타 예매..

이번 여행기 제목만 보면, 옆자리에 혼자 여행가는 예쁜 여성분이 앉아서 같이 얘기도 재밌게 하고, 그러다가 뭔가 스파크가 튀어 여행내내 콩깃콩깃하게 보냈어야 할 것 같으나...그런거 따위 없ㅋ다ㅋ 

이렇게 어찌저찌 여행준비를 끝내고, 흐음. 
비행기를 타러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아침 6시부터 일어나 별별 부산을 다떨고...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
그런데...비행기 출발까지 3시간이 남아있었다 -_-

면세점 물품들을 찾고, 면세점 한번 둘러보고... 네이버 라운지에서 잉여잉여대며 인터넷질을 하다가 드디어 비행기 탑승. 처음 타보는 핀 에어. 기체색이 하얀색인게 참 맘에 들었다.

10시 50분. 드디어 비행기는 활주로로 접어들었고 이륙.
여행을 나름 몇번 다녀왔지만, 비행기가 이륙할때의 짜릿한 느낌이 좋단 말이지. 활주로를 달리며 바퀴가 마찰음을 낼땐 살짝 긴장되다가도 몸이 살짝 붕 뜨는 것과 동시에 마음도 붕 뜨면서 설렘이 시작되고 아 이제 여행을 떠나는 구나...라는 느낌. 이 좋다.

아, 이번엔 운이 좋게도 일반석 맨 뒤쪽 창가자리라, 하늘 풍경을 맘껏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유럽쪽으로 여행좀 가보신 분들이라면 당연히 아시겠지만... 비행시간이 꽤 길다.
11시 비행기인데 아침 6시부터 괜히 부산떨며 준비해서 그런가...많이 졸리다. 영화를 보다가 곧 기내식을 나눠주겠습니다란 방송을 들었다. 아, 비행기를 타서 영화를 보고 있을땐 지겹도록 비행기 안내방송때문에 자꾸 영화를 보다가 끊기는게 짜증나네..란 생각을 하다가 졸았나 보다. 그렇게 졸다가 일어나서 옆자리를 보니...기내식을 먹고 있어?!!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기내식은 다 먹고, 승무원들이 커피와 차를 주고 있었다... 그렇게 많이 잤나; 그런데 아무리 자고 있어도 기내식 나눠줄땐 승객님 밥 먹을래요? 라고 깨워야 하는거 아닌가 ㅜㅠ

그래서 승무원을 불러서 나 왜 안깨웠냐! 밥을 내놔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밥 안줄까봐
Can you give me the food? I was sleeping, so I canot........이라고 되도 않는 발음으로 친절하게 말하고 있는데 ... 내 말 다 안듣고 중간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버렸다 ㅜㅠ

어쨌든 밥을 천신만고끝에 먹고, 치킨과 맥주를 즐기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별로였다-_-)와 타이탄(더 별로...)를 보다 보니 두번째 기내식이 도착. 그런데 후식으로 주는  커피를 살짝 쏟았다 . 어이쿠;;;

휴지로 닦긴 닦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흐른거 같고, 바지에 좀 흐른거 같아 수면용 담요로 닦고 덮어버렸다. 그리고 귀찮아서 영화보다 다시 좀 잤는데...  생각보다 커피를 많이 쏟아버렸었나;; 회색 청바지인데 아련하게 커피자국이 남아있다 -_-
그 와중에서도 얼룩이 주로 가장자리에 집중된걸 보고 아 이게 커피링이펙트구나..라는 뻘 생각을 했었지; 

우여곡절 끝에 장장 10시간정도의 비행시간이 걸려 헬싱키 공항에 도착. 이젠 환승해서 로마로 가야 한다.
비행기 환승은 처음이었는데... 환승시간이 빠듯하다... 게이트를 찾아 헤메인다. 그런데 내가 타야할 비행기가 없다????
벌써 출발했나 싶어 한참 헤메다 공항직원에게 물어볼까 하고 표를 다시 보는데... 보딩시간(탑승 시작되는 시간) 과 출발시간을 착각하고 있던게 아닌가 -_- 이런 바보 -_-

이제 안심하고 면세점을 좀 둘러보고 있는데, 헬싱키 여기 물가 장난이 아니다. 공항 음료수 자판기의 코카콜라 작은 페트병이 3.5 유로... 결국 면세점에선 아무것도 못사고 돌아와서

헬싱키 공항은 와이파이가 공짜길래 무려 네톤질을 시작했다.

이제 헬싱키에서 출발.
 별건 아니지만, 비행기 뒤의 침엽수림이 눈에 띄었고..  


헬싱키에서 로마가는 비행기엔, 별로 사람이 없었다. 비행기도 국내선 같은 분위기. 밥도 아닌 샐러드 비스무리한거밖에 안줬다. 좌석앞에 화면도 없고... 창가도 아니었고 ㅠ
어쨌든, 석양이 지는 광경을 보면서 로마에 도착.

로마 공항. 첫 느낌은...더럽고 지저분하고 산만하다;; 시내로 가는 레오나르도 공항철도를 구매하고 타고 로마 테르미니(중앙역)으로 향하는데... 열차 안도 더럽다 -_- 그리고 8시에 도착한 로마중앙역(테르미니역)...더 더럽다 -_-

그리고 역 주변에...뭐 이리 무서워보이는 사람들이 많지; 부랑자들인지 집시들인지 뭔지 어쨌든 좀 무섭다...
캐리어를 털털털털 끌고 숙소로 향했는데, 길 찾기 힘들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그래도 찾기 힘들다;; 한 그 거리를 두번정도 왔다갔다 한 후에, 도저히 못 찾겠어서 길거리에 앉아있던 할아버지들에게 물어봤는데도 모르겠단다; 

그래서 다시 한번 왔다갔다 하는데 정말 조그마하게 보이는 간판. 1시간을 헤메고서야 겨우 호스텔에 도착했다.

주택 번지 표시하는 정도의 간판으로 조그마하게 간판이 있으니 내가 어찌 알아...ㅠㅠ


아, 호스텔 이름은 the ciak. 체크인 하고, 처음경험해 보는 6인실입장. 뭐 2층침대 2층인데 화장실이 안에 있는 정도의 그 가격대에서 기대할만한 그저 그런 퀄리티, 그래도 와이파이가 된다는 것에 만족하며 짐을 풀고 일단 나왔다.
근데 9시니 야경구경도 못하겠다...싶어서 그냥 숙소주변만 간단히 둘러보는데 젤라또 집이 있는거다. 꽤 크고, 사람도 많더군. 그래서 들어갔다.

알고보니 , 그 유명한 로마의 3대 젤라또 집이라는 G. Fassi (
 Palazzo del freddo G. Fassi) 였다. 어째 맛있고 양도 많고 친절하더라 ㅋㅋㅋ
아무 생각없이 2유로어치 큰 젤라또를 시켰다. 3가지 맛을 고르면 된다 그래서 고르고 있는데, 베스킨 라빈스보다 더 종류가 많다...어리버리 관광객티를 내면서 한참 고르고 있다가 리조(쌀맛)를 고르니까
점원이 Are you korean? (Yeah) 아녕하새요(오타아님...그대로 옮겨적은 거다)ㅋㅋㅋ 사랄 마지저요 굿(!!)
막 이러느게 아닌가 ㅋㅋ 그래서 기분좋게 콘을 들고 밖으로 향했다.

 원래 저 초쿄색, 노란색(망고)는 내가 한 3입정도 베어먹어서 저정도지, 베어먹기 전에는 콘이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다.

그런데, 젤라또가 너무 커서 그런가, 먹기도 전에 조금씩 녹기 시작한다 뉴뉴 결국 젤라또를 먹은게 아니라 흡입해버렸다. 맛도 음미를 못하고. 휴지로 손을 연신 닦았지만 그래도 진득진득...;

어쨌든, 처음 먹은 젤라또는 정말 맛있었다!! 시원하고 달고 맛있고. 대신, 앞으로는 녹는거 걱정하느라 다시는 콘으로먹지 못했다는 슬픈 전설이.

 다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경찰차처럼 생긴거 안에 있던 경찰(???)이 나를 부르더니 여권좀 보여달라고 하는데 하필이면 숙소에 놓고 왔다...;
그래서 여권 저 바로 앞 숙소에 있다고 하는데 뭐 못믿겠단 식으로 말을 하더니 가방이랑 지갑좀 보여달라고, 뭐 중국노동자 하시시(마약) 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혹시 경찰사칭 날치기꾼아닌가...해서 막 불안해서 몇발자국 떨어져서 멀리서 가방 열어보여주고 호주머니도 까보이고 그랬는데도 못믿으니까 Never! 라고 화를 내면서 왔다.

그래서 첫날 로마 인상은..
더럽고 경찰인지도 못 믿겠는 사람 만나서 기분나쁘고......별로였는데
하지만 젤라또는 맛있음!!!! 먹는게 최고야 라는 상당히 단순한 결론이 났다.

아 그리고... 잠을 자는데, 시차도 있고해서 한참 못자고 뒤척뒤척하다가
침대와 매트릭스 사이의 좁은 공간에 배게를  떨어트리기도 했다 -_- 1층에서 자는 사람에게 배게안떨어져서 다행이었고..그 좁은 틈으로 열심히 배게를 조심스럽게 건져올려서, 어떻게든 잠은 겨우 들었던거 같다. 

PS. 이 글을 쓰고 집에와서 TV보고 있는데, 저 위에 쓴 Fassi 젤라또 집이 100년의 전통 특집으로 나오고 있다.... 으억 ... 무슨 날인가... 다시 여행가고 싶구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