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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무한도전

무한도전 - 동계올림픽 편을 보며 든 생각.

사실, 맨 마지막 설산 스키 리프트 등반전까지는, 그냥저냥 웃긴 몸개그 편.
59분 18초에 시작하는, 설산 스키리프트도, 처음 한 5분간은 도대체 저거 뭐하는 뻘짓이냐;; 싶었다. 
좀 웃긴 몸개그 몇개로 끝나겠지...라고 생각했었고.

보통 예능프로그램이라면, 몇번 떨어지고 미끄러지고 중간에 몇번 '떨어졌다,하지만 그들은 다시 오른다.' 등등의 자막만 몇번 넣다가 결국 모두 올라가서 무한도전!을 외치며 끝나는 훈훈한(하지만 식상한) 결말을 냈을 것이라 생각하며 아이폰으로 다른 짓을 하고 있었는데...

10분이 넘어가면서 부터 슬슬 음악도 슬프고 장엄해지고 하길래 다시 집중해서 봤다.

뭐 어떻게 보면 억지 감동이겠지만, 좋게 보자면 참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왜 저짓을 하지? 의미없이 뭐하러 스키점프대를 거꾸로 올라가?

왜냐하면, 그런게 무한도전이니까. 그런 무모한 짓이 무한도전의 존재 의의니까. 
내가 요즘 무모한 도전부터 정주행을 하면서 느낀건데, 무한도전 초기엔 정말 무식하고 멍청한 짓도 많이 했었고, 지금은 조금씩 화려하고 멋있게 바뀌었지만, 매주매주가 남들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인 것! 이게 무한도전의 아이덴티티인것 같다.
그리고 사상최고의 한파가 몰아치는 날씨속에서 50도 경사의 언덕을 오르며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 후들거리는 다리, 
남자가 온 힘을 다해 매달려 봐도 쭉 미끄러지는 광경을 자세히 보니, 억지 설정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뻘짓을 하면서 보여주는 것은.. 우리 무한도전은, 하나다. 7명이 모여야만 하나다. 라는 것.

그걸, 모모 예능들처럼 억지 눈물을 짜내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억지 자막들만 깔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사이즈가 맞지 않는 아이젠 때문에 계속 미끄러지고 , 한참 올라가다가 중간에 줄이 풀려서, 다시 그 줄을 묶으러 그 수십미터를 미끄러져 내려갔다가도 이것이 단체 미션이기 때문에, 나 하나가 실패하면 전체가 실패하기에 다시 오르는 모습.
 
그렇게 미끄러지면서도 나 이번에 미끄러지면 다신 안 올라간다. 라며 투덜대지만, 그래도 올라가는 박명수. 
그리고 못 올라온 멤버들을 위해, 그 경사로를 줄 하나 잡고 다시 내려가는 유재석. 
마지막 까지 뒤쳐져서 고생하던 길을 위해, 다시 맨 바닥으로 내려가서 다시 같이 길과 올라오는 유재석. 
이 장면들로 그 하나됨을 표현해 주는 것이 무한도전 편집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특히 멤버들 전체간의 유대감과 협동. 한명도 뒤에 남겨놓을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 무한도전은 이렇게 7명이 있어야 무한도전이고, 조금 늦더라도 함께 하는 것이 무한도전이라는 걸 화면상으로 이렇게 잘 표현하다니.

게다가, 이적의 함께 걸을까 란 정말 적절한 BGM 선택. 
그래 함께 걸을께.
( 이 에피소드를 본 이후로 이적 곡들을 찾아 듣고, 이적 팬이 되었다)


그리고 이 미션을 통해 , 요즘 게시판 지분을 차지하던 길을 끝까지 안고 가겠다는걸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 길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렇게 무한도전이 같이 안고 가겠다니 나는 믿고 가기로 하겠다.

사실, 이 몇주전에 봤던 이 글을 다시 쓰는 이유도..

내가 요즘 무한도전을 보면서 이 길은 대체 왜 데리고 가는거지? 하차시키면 안되나? 라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
잠시라도 믿음이 부족했던 점 반성합니다. 믿고 갈께요. 

대신, 계속 있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