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뻘글.
#1
웹툰 마녀를 보다가.
중반부쯤부터 주인공인 동진의 행동을 스토커 같다고 작가는 스토커를 그려내며 뭐하는 거냐고 하는 글들이 베댓(?)들인 것을 봤다. 개인적으론 작품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 정도는 허용될 수 있는 작품성의 범위가 아닌가 싶었고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거도 작품내적으로 보면 그녀를 사랑하고 아껴주기 때문인데 단순히 행동만 보고 그렇게 스토커라고 매도만 하는 건 좀 아니다 싶었다. 그리고 끝까지 좀 보고 판단좀 하는게 어떤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뭐 결국은 결말까지 보면 독자들이 그 행동들을 단순 스토커라고 비난하는 건 없어지지 싶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데, 현재까진 없다.)
그러고 보면 요즘 인터넷 세태(?)는 너무 뭔가를 빨리 판단하고 깊은 의미까지 살펴보려 하지 않고 일단 보이는 것만 보고 표현을 하는게 아닌가 싶다.
페북계정들중 웃긴 글, 멋있는 글 모아놓는다는 페이지나 인터넷 베댓에서 허세끼 가득한 글이 좋아요를 가득 받기도 하고, 혹은 소위 여자들 페북 까는 글처럼 셀카 올려놓으면 여자들이 꺄악 언니/동생/친구 너무 예뻐요 여신이네 라고 댓글달고 몇몇 작업걸거나 그런 목적의 남자들만 예쁘네 몰라보겠다... 라고 댓글단다고 까는 글이나.
반대로 정말 누군가가 쓴 진짜 감수성이 있어보이는 글에 대해선 오히려 허세끼라고 비난 하거나 길어서 읽지는 않았습니다. 라고 하거나...
그러다가 이런 기사도 봤고..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7944
중간만 발췌하자면
광장에서 ‘대나무숲’으로, 폐쇄형 SNS 시대
트위터 등 개방형 SNS 열기가 사그라지고 카카오스토리 등 지인들 간의 네트워크가 인기다. 보수 시대의 기표이기도 하다.
(중략)
2년 전 이맘때만 해도 트위터를 비롯한 개방형 SNS가 대세였다. 그러나 2012년을 거치면서 상업적인 메시지와 봇 계정, 알바 계정의 범람으로 트위터 열기가 사그라졌다.
이제 이용자들은 강한 연결(strong tie)을 기반으로 한 파편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간다. ‘시월드(시집) 옆 대나무숲’ ‘출판사 옆 대나무숲’ ‘개발회사 옆 대나무숲’ 등 특정 직종이나 상황과 관련된 대나무숲 트위터 계정이 속속 등장하고, 사람들은 비밀계정 안에서 서로의 고충을 공유한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단카방)이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지인 수십 명이 참여한 단카방에서 증권가 선전지 정보를 돌려보거나 개그 콘텐츠를 공유한다.
하고 싶은 말보다 자기 전시에 열중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 먼저 개방적인 서비스에 더 끌리고, 이후 서서히 벽을 세우게 되는 듯하다.
문제는 사람들이 폐쇄형 SNS 속에서 보이는 태도다.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오는 사진들 태반이 (중략)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자기 표현보다는 자기 검열에 더 치중하거나, 자기 전시에 열중하면서 아픈 부분이나 약한 부분을 숨기는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강해 보인다. 친구의 카카오스토리를 보면서 “사람들 모두 행복한데 나만 불행하다”라고 느끼게 되는 것은, 유사 폐쇄형 SNS인 싸이월드 사용자들도 자주 하던 이야기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서로가 서로의 불행을 증폭시키고 있을 뿐이다. 또한 헛소문이 퍼졌을 때 이를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약한 연결(weak tie) 내에서 자신의 주장을 좀 더 엄밀한 근거를 들어 이야기해야 했던 것에 비해 헛소문 검증에 대한 동기가 약할 수 있다.
(중략)
마셜 맥루한의 말대로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면, 폐쇄형 SNS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대두되는 현상은 개방의 시대에서 폐쇄의 시대로, 진취적인 확장 시대에서 보수적인 안정 희구 시대로 접어드는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기표(signifier)다. 방어적인 강한 연결이 야기할 수 있는 사회 전반의 파편화를 방지하는 일련의 ‘가치 지향’을 형성하는 것은 2013년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공동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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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Always Online" 시대에 대화의 실종. 이란 글을 인터넷에서 봤다.
간단히 요약하면
예전에 네이트온이나 MSN등을 할때는 누군가가 접속을 하면 괜히 한번 말 걸어보고 대화도 하고 그랬는데 카톡을 위시한 모바일 메신저로 넘어가면서부터는 모두가 언제나 온라인이 되고..그 결과 요즘에는 오히려 그룹톡을 제외하면 예전 메신저 시대의 가볍고 시시콜콜한 대화들은 줄어들고 목적에 의한 대화 위주로 밖에 안하게 되는거 같아서 아쉬운 면이 있다는 내용의 글 이었고.
항상 대화할 수 있을거 같았지만 오히려 줄어드는 대화. 이게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고, 이에 맞는 대화 방법과 관계로 바뀌어 가는건 당연하다고 인정은 하지만, 아쉬운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글이었다.
그 아래 댓글에 대화를 할 수 있는 수단은 늘어만가지만, 정작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오히려 반대에요. 항상 온라인인 것 같아서 부담스럽고 불편하며 카톡이 생긴 이후로는 시도 때도 없이 걸어오는 대화를 다 받아야 하고 확인 여부까지 감시당하니까 피곤하네요.
라는 글도 봤다.
하긴 카톡 그룹 채팅창을 보면 초기엔 정말 신세계처럼 막 대화가 많았지만, 갈수록 대화가 줄어드는게 보인다. 그리고 그리고 여러개의 그룹채팅창들 모두가 다 개인적 얘기에 대해선 갈수록 대응을 안 하는 모습. 나도 포함해서 단순히 대답이 귀찮은 건지 혹은 나 말고 누군가 하겠지 하다가 안 하는건지 혹은 개인의 삶엔 그룹채팅방에선 관심이 없는지 혹은 그룹채팅방에서 개인적 얘기를 떠드는게 민폐라고 생각하는 암묵적 룰이 생겨가는 건지. 뭐 잘 모르겠다. #1과 관련이 있으려나 싶기도 하고.
혹은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데; 대로에서 누군가 쓰러져 있거나 해서 불특정 다수에게 신고를 요청하면 남이 하겠지 하고 신고를 안하는데 누구를 지정해서 신고해달라고 하면 신고를 해 준다는 그런 심리학적 현상과 같은 건지.
거기서 조금 더 나가서...
#1 과 #2 를 각각 보며
#1 같은 경우는 사회가 기술을 결정하는 경우의 예가 될 수도 있겠다 싶지만
#2 같은 경우는 기술이 사회를 만드는 걸까? 라는 생각도 들고.
지난번에 읽었던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문명 3부작 시리즈에선 환경이 사회를 결정한다는 식으로 써 놓았는데.뭐가 맞을까.
#3
다시 생각해보면 남들이 인터넷에서 뭐라 하든 자기 주관만 있으면 되는건가 싶고.. 그러고 보니 이 글도 긴 글이네.
PS. 요즘 글을 쓰거나 말을 할때 습관적으로 "뭐 어쨌든 그러니까" 를 덧붙이는 습관이 든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