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그러고 보니 내가 대학 입학한 것도 벌써 7년이 지났었구나.
얼마전에도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서 옛날과 달라진 건 없는데 많은게 달라졌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7년이란 삶이 날, 그리고 우리를 바꿨고, 그 과정에서 힘든 일도 많았고 맘 상하는 일도 많았었고... 때려칠까라는 생각도 했었고 정말 얘랑은 같이 못 지내겠다는 생각도 들던 때도 있었지만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는 가정을 이루고 아들딸들을 가지고 있겠고, 심지어는 어느 시점 이후론 다시 보지 못할 사람들도 있겠고, 그게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함께 했었던 사람, 장소가 바뀌며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삶을 지내고 있겠지만.
그래도 7년, 300주 (이상) 동안 즐겁고 신나고 흥겨웠던 횟수가 재미없거나 짜증났던 횟수보다 더 많았고, 가끔씩 희미하게 스쳐가는 기억으로 아 그렇게 즐거웠을 때가 있었지 라고 떠오를 수 있으니 헛된 7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에피소드를 보자마자, 이렇게 페북에 썼었던 기억이 난다.
이 뒤에 쓰는건 단순한 사족이 될 거같은데.,,
무한도전. 300회 기념 특집 포스팅. 쉼표.
파업복귀 이후로, 재미는 대체로 그저 그랬는데... 이 에피소드처럼 재밌고(?) 감정이입할 수 있었던 화는 처음이다. 그리고 정말 쉼표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았다.
#1
무엇보다도, 그들의 뒷얘기, 300회동안 있었던 일 들및 의미있었던 에피소드들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아 이 예능이 무려 300회를 이어져 왔었지... 그때 노홍철은 정말 돌아이 같았고, 하하는 어렸고, 정준하는 정말 잘 삐쳤고 정형돈은 재미없었고...등등을 회상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스텝들, 멤버들의 솔직한 뒷담화(?)도 깨알같았지만
#2
그러면서도, 무한도전을 하고 있는 멤버들이 얼마나 부담감을 가지고, 힘든 일도 많았는지등등을 알 수 있었다. 평균이하란 컨셉으로 시작했었지만, 이제는 거의 최고에 도달해 있는 그들이 갖고 있는 부담감과 힘듬, 준비하는 자세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그 논란이 많은 길과 정준하의 대화장면에서... 길도 나같은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준하 : 무도 힘들고, 난 지금도 무도가 쉽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여기 들어오는 것도 힘들지만, 나가는 것도 힘들고, 여기서 버티는 것도 힘들고, 같이 하는 것도 힘들고..
길 : 내가 형 그런 기분 알아? 하루에 몇번씩 내가 바뀐다. 촬영 끝난 밤에 부끄러운 날이 너 무많은거야. 잠도 못자겠고
정준하: 다 그래 나도 그랬어. (중략) 너의 모습을 돌아보면... 처음엔 참 잘했어. 설정이 아니라 리얼하게. (중략) 모르는 과정에서 당당하게 하는 모습이. 너 되게 잘한다 이런 생각을 했어. 그런데 지금의 그 모습은 어느 순간부터 그런 당당한 모습이 단 한번도 보이지 않았어, 뭘 하면 아 이거 재미없을 거 같아. 아 안될거 같아. 나도 처음에 그런 생각했거든. 나한테 뭐가 주어지면 떨리고 막 머리가 하얘지고 무슨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고 아 그런데마음을 더 편하게. 옛날처럼 더 당당하게 했으면 좋겠어.
그래. 나도 지금 잘 할 수 있을까. 잘 못하고 있는데...이런 생각만 자꾸 하고 있는데, 당당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3
그리고, 유재석은 괜히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한 자기관리와 반성, 노력하는 모습.. 진짜 사람이 아닌것 같다. 추격전의 재미를 위해서 담배를 끊었다니...
유재석 -
(내가 떠나는)그런 날이 무조건 와. 자연스러운거야.
(...)특히 내가 있는것이 지금은 너희에게 든든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것이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여러가지를 더 펼치지 못하게 막는... 내가 있음으로해서 너희들은 너희들이 가진 능력중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능력을 쓰지 않는 것 뿐이야. 언젠가 너희들이 그 능력을 펼쳐야 할 때가 올거야.
(노홍철이 매니져도 없이 다닐때 유재석이 노홍철 차도 운전해 주고 기운도 북돋아 주었던 때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까 )왜겠어... 좋으니까 그랬겠지. 예전의 내 모습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마도 그랬을거야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이 두 개를 다 가질수는 없겠더라고
사실 나이는 한살 한살 들어가고... 대비를 시키지않고 준비를 해놓지 않으면,내일 일을 작년처럼 재작년처럼 해낼 수 없고...
이유는 단순해.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어. 무언가는 포기해야돼
이 시간은 너무나 우리에게 다시는 올 수 없는 시간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지. 그 방법밖에 없어
라고 한참 쓰면서 무한도전관련 이미지를 찾다가..
어디선가 정말 내 맘에 와닿는 글을 봐서 그냥 더이상 쓰지 않고 나머지 생각들은 이 글로 대신하려고 한다.
무한도전이 왜 무한도전인지를 보여주는 특집이었다고 생각해요.
유재석씨는 무한도전의 중심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보다도 나이많은 형이 둘 있죠. 이 사람들은 지금의 유재석씨보다 더 어릴때부터 프로그램의 형노릇을 했습니다. 이젠 정형돈씨가 그 나이가 가까올 정도로요. 유재석씨가 워낙 데뷔가 빨랐던 부분이 있지만, 박명수씨는 선배이기는 하나 자기보다 어린, 자기 또래의 유재석씨가 하나의 시대를 지배하는 모습을, 그리고 그걸 유지하는 모습을 계속 봐 왔죠. 박명수씨의 '언젠가는 대상'은 정말 남다른 거였습니다. 자기보다 앞에 있는 사람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그러들지 않을테니까요. 박명수씨가 해피투게더 10주년때도 이야기했던 것과 생각해보면, 박명수씨는 유재석씨에게서 정말 큰 벽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이 정말 한 순간만이라도 넘어야 할 텐데, 그러러면 정말 더 노력해야 하는데, 유재석씨가 노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있으니 그 이상 하기에 벽을 느끼고 있는 것이겠죠.
정준하씨는 결혼 후 정말 달라진 모습인 듯 합니다. 길씨에게 했던 '무한도전이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었다'와 정형돈씨에게 했던 '부인이 항상 웃으면서 사랑받는 남편이 되달라고 써둔다'를 합해보면 그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어요. 마냥 행복해서, 그저 쉬워서 웃고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든 것이 당연한 것이니 받아들이고 웃겠다라는. 그 마음이 보였습니다.
유재석씨는 정말 말 할 것도 없죠. 벌써 몇년째 한 분야의 최고의 위치를 지키고 있습니다. 유재석씨가 왜 그렇게 무한도전에 매달리는 지를 본인이 오늘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예능인생은 무한도전과 함께 끝날 것 같다는 예감. 결국 예능을 오래하기 위해서는 무한도전을 오래 끌고가야한다는 다짐. 언젠가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날 때는 반드시 오겠지만, 그 때가 올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오래도록 머물겠다는 의지. 자신이 꿈꿔오던 것이 지금이고, 나중에는 다시 찾을 수 없다는 걸 어느 누구보다도 깊이 각인한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그러다보니 불안해 보이는 면까지 있더라구요. 유재석씨는 정말로 모든 걸 방송에 올인한 느낌이었는데, 오늘 그 느낌을 더 크게 받았거든요.
정형돈씨가 '형들, 동생들'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정말 그 중간에 있는 사람이구나를 느꼈습니다. 정말로 나이만이 아니구요. 유재석씨가 노홍철씨, 하하씨에게는 '자신은 언젠가 가니까 준비해야한다'라고 말하지만, 정형돈씨는 이미 준비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죠. 그걸 잘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힘들어하고는 있지만, 외면하지 않는 모습은 동생들이 보여준 모습과는 다른, 형은 형이다라는 것이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길씨는 바로 최근에 큰 일을 겪었는데, 무한도전에 들어오는 벽을 정말 크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익숙합니다. 언젠가 정형돈씨도 이야기했고, 박명수씨도 이야기했고, 정준하씨도 이야기했고, 하하씨도 이야기했던 것을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 방송을 보면서 길씨가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 거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그 나이에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앞으로 재밌는 모습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하하씨와 노홍철씨의 이야기는 대부분 유재석씨에 대한 이야기라... 유재석씨가 그 둘에게 한 이야기를 들으며 유재석씨가 어떤 생각을 하며 무명시절을 보냈는 지가 얼핏 보였습니다. 매니저가 없어서 피곤했던 것, 유명한 사람이 나한테 아는 척 해주길 바랐던 것, 메인MC가 아니라서 자신이 자신의 재능을 다 내보이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던 것들이 반대로 하하씨와 노홍철씨에게 말하면서 나타난 거죠. 그걸 지금까지 잊지 않고 배려해주고 있다는 것이 참 대단했습니다.
무한도전이 젊은 시청자들이 많고 그래서 젊은 프로그램이라서 어르신들은 오해하는 것도 있고 그런데... 사실 무한도전의 나이가 예전 1박2일보다 많거든요. 출연자들의 나이도 좀 더 많고, PD도 한 살 많고. 그런데도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참 대단한 일입니다. 그게 1박2일보다 나은 점은 될 수 없지만 말이죠. 출연자들도 덕분에 좀 젊은 이미지가 있어서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나이대접을 못 받는 것 같은 느낌이 간혹 들기는 하지만...
무한도전도 언젠가 끝나겠죠. 그리고 그 끝나는 모습은 별로 아쉽지 않을거에요. 아쉬워 할 정도라면 끝나지 않을테니까. 그만큼 프로그램이 늙거나 망가진 다음일테니까. 그래서, 더더욱 그런 모습까지 몰리는 무한도전이 아니었으면하고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
그냥 가족같아요. 가족에게 꼭 할 말 있어서 전화하는 거 아니잖아요. 그냥 말꺼내면 들어주고 그게 일상처럼 되어서요. 그러니 무한도전 매주 보는 거에요.
예전 단골멘트가 있었죠. 대한민국 평균이하...... 어느순간 그 멘트가 어울리지 않는 스타들로 멤버들 모두 성장했고,
취소됐지만 그들이 기획한 콘서트 타이틀은 다름아닌 슈퍼7 콘서트였습니다. 변해벼린게 아쉽다거나 초심을 찾으라거나 하는 말이 아닙니다. 진심으로 무한도전의 성장이 대견하고 멋집니다. 서른을 넘어가면서 나이가 먹는다는걸 체감합니다. 이제 제 주위의 당연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사라질때 그 상실감이 무엇인지 압니다. 무도만은 오래도록 곁에서 보고싶네요. 쉼표는 중간에 찍는겁니다. 300회에서 쉼표를 찍었으니 300회 이상은 가야 마침표를 허락할겁니다.
출처 : pgr 21 자유 게시판 classic님의 글 - 무한도전의 300회를 축하하며. 의 본문및 댓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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