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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케치/잡담

7.5

오늘 점심에 잡았던 했던 약속은 두번...취소되었지만 어쨌든 연구실 여자들과 퀴즈노스를 갔고 새로운 약속을 세개를 잡았으니 쌤쌤인가 싶다.


저녁 약속후 버스를 타고 오는데 왠지 모르게 밤 버스엔 사람이 별로 없고, 그래서 그런지 조명도 반만 켜서 적당히 어둡고 고요한 버스 분위기가 좋았다. 그리고 차도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빗물위를 지나는 바퀴소리들, 고층빌딩아래에 옹기종기 우산을 쓰고 버스를 기다리며 모여있는 사람들이 좋았다. 버스 창에 빗물방울방울 점점히 밝혀 있는 모습이 좋았다. 분위기가 그래서 미드를 안보고 음악을 틀었는데, 빗소리와 함께 귀가에 울리는 Italia 곡이 좋았다. 


연주회 곡 완보완주 할 생각을 하면 좀 답답하긴 하고, 빡시게 연습하려고 계획을 잡은 주는 마구 연구실 일이 터져나오거나 몸이 안좋거나 하긴 하지만 뭐 그래도 조금씩 연습하면서 늘고는 있는 거 같다... 라고 쓰고 보니 30일도 안남았다.. 이걸 어쩌나 -_-


도시 밤 거리를 걸을때 곡을 흥얼거리며 파트 부분 계이름을 따라 부르고 있던 나를 보며 연습도 열심히 안하면서 폼만 잡는건가 싶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뭐 그랬다.


하긴, 주중에, 연구실이든 뭐 다른 일이든 여러가지 재미없거나 짜증나는 일이 생겨도 주말엔 사람들을 만나며 즐겁게(?) 놀고(?) 있는 걸 보면 잘하는 짓인거 같다. 그러고 보니 애프터 전참이 지난주에 깨졌구나... 아쉬비


생각해 보면 ㅁㅈ가 처음에 합주하자고 전화했을때 실험하는 도중이라 좀 매몰차게? 매정하게? 단호하게? '난 실력도 안되는 거 같고 별 관심 없다...;' 라고 거절하고 2분도 안되서 전화를 끊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렇게 말한 바로 그 날 밤에 스타벅스를 가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우울한 연구실 생활을 한탄하며 지루한 주말을 보내고 있겠지. 


그러고 보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군. 각 선택이 생기는 갈림길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현재의 나를 만들고 있으며, 혹은 이게 갈림길인지도 모르고 간 길이 알고보면 엄청난 갈림길이었다는걸 뒤늦게 알아차리기도 하니까.


그러고 보면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인슈타인 저리가!!!!!!!!! 는 아니고... 양자역학에서도 그러하듯이 한개의 입자/개인이 어떤 상황에 처할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순수히 우연적인 확률에 불과한 게 아닐까. 그래서 양자역학이 과학뿐 아니라 철학/예술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책들의 말이 이해가 간다.. 과연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내가 그날 밤 늦게라도 스타벅스를 가지 않았다면, 혹은 그때 그룹채팅방 알림을 꺼놨다면, 혹은 그 날 밤 실험을 하지 않고 평상시처럼 6시에 퇴근해서 집에 갔었다면, 혹은 내가 대학교 1학년때 ㅎㅎㅎ를 들지 않았다면, 혹은 내가 등록할때 지금의 학교가 아닌 의대에 등록했다면, 혹은 아님 고등학교때 공부를 안했다면, 혹은 부모님이 결혼하지않았다면,.............이렇게 수많은 가능성중에서 한 가지만 어긋났다면 이 나는 지금 어떤 지루한 삶을 살고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지금 이렇게 블로그를 두드리고 있는 나는 얼마나 대단한 확률을 뚫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러고 보면 정말 평행우주는 존재할 까. 혹은 세상은 수십,수백번 반복된 것일까. 아니면 매트릭스처럼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한 반복된 작업, 문명으로 따지면 새로운 게임 시작하기...로 한 단 하나의 게임중 한 요소일 뿐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래 모든 선택은 정답이 없는 선택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림길은 항상 갈림길으로만 남아있을 수 없다. 마음가는 길이 죽 곧은 길이라고 했으니. 그래도 뭐 지금까진 하고 있는 선택들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만족스러운 선택인것 같다는 것이 맘에 든다. 어쨌든, 현재가 중요한 것이니까. 미래야 어떻게든 되겠지.


토요일은, 연습을 해야겠다.


그러고 보면 원래 쓰려던 주제는 이런게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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