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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dem's 생각들/Monolog

라디오 - 팟캐스트지만 - 을 듣다보면

라디오 방송에 따라 다르지만, 라디오마다 사연소개를 하지 않는 방송은 없어. 물론 그 라디오가 특별히 주제를 가진, 시사교양정보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모르겠지만 말이지. 그런건 사실 진정한 라디오 DJ가 있는 라디오방송은 아니라고 봐.


그런 의미에서 내가 듣는 라디오 팟캐스트는 DJ가 있는 라디오 팟캐스트만 세어보면 두개 - 현재 하는 걸로 제한하면 한개 - 가 있지. 뭐 여러번 언급했으니 블로그 독자(?)들은 다 알거야. K의 즐거운 사생활과 이동진의 꿈꾸는 다락방(종영)이지. 그 라디오 들은 두 방송다 사연소개가 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씩 들려주는사연을 듣다 보면 내가 하는 고민은 특이한게 아니며 남들도 다 한번씩은 하는 고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주더라.


 뭐 두 라디오 모두 유명 아이돌이 DJ인 것도 아니고 인기 시간인 것도 아니며 새벽방송이라 더더욱 뻔한 사랑에 관한 사연도 줄고 좀더 일상과 삶, 그리고 조금은 진지한 고민들이 많은건지도 모르겠네. 어쨌든... 


결국 세상사람들 하는 고민 다 똑같고 나의 삶도, 나의 고민도, 나의 짜증과 괴로움도 다 별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 주더라. 내가 혼자 고민을 했던 진로도, 삶에 목표가 없는거 같고 안정지향적이 되어버린거 같다는 것도, 인간관계도, 술자리도, 자신의 성격도. 다들 남이 한번씩은 해 본 고민이더군. 심지어 앞으로 뭐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이 재미없다 삶에 목표가 없다는 사연들은 과장좀 섞어서 10번은 들어본거 같더라. 진짜 다들 짠 것처럼어쩌면 레파토리및 서두도 똑같은 건지 참 신기하기도 해. 그러면서 내가 가끔 친한 친구들 만나서 하는 말과 똑같은 걸 보면 소름돋기도 하고 좀 내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그러네...


다시한번 어쨌든... 그래서인지 대체로 힘들때, 짜증날때 외로울때 들으면 자연적으로 공감과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들더라. 뭐 물론 어떻게 보면 내가 그 사연과 그들의 멘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혹은 원하는 답은 있지만 확신은 없어 남의 입에서 듣고 싶어 찾는 와중에 라디오에선 그걸 어떻게든 들려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 아니 모르겠네라는 말보단 그래서 그런거 같아. 아니 그렇다. 


가끔은 이 라디오 DJ가 내 맘을 어떻게 알고 그런 말을 굳이 오늘 해 주는가 궁금할 때도 참 많지. 


물론 나는 팟 캐스트로 들어서 듣는 날짜가 실제 방송날짜와는 엄청난 차이가 나니 나를 위해 그런 말을 할 리는 없다는 그런 사소한 문제는 머릿속으론 알지만 마음으로는 무시하지.. 누군가가 말했던가? 인간은 가끔씩은 세상이 자기를 위해 돌고있다고 생각하는 말도 안되는 학설을 제기하며 가끔은 세상이 자기에게 우연을 가장하며 말을 건다고 생각한다고? 라고 쓰고 보니 내가 머릿속에서 여러사람 말을 적당히 섞어서 내맘대로 재조합해버렸네..또 다시 한번 어쨌든...


그런 심리에 있을때 사람은 모든 얘기, 모든 사소한 사건이 -하필이면 그 날따라 버스가 바로 온다거나 혹은 면도하다 베인다거나 직장에서 일이 잘 풀린다거나 칼퇴한다거나 비가 온다거나 등등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 조차도 - 자기에게 세상이 우주가 뭔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일이라고 착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거 같아. 그 모든 건 자기가 듣고 싶은대로 사건을 해석할 뿐인데 말이지.


하지만 그런 착각을 하게 되더라도 좋은 라디오 DJ - 프로그램은 그 멘트와 분위기에 맞는 선곡을 해줘서 그 기분이 느낌이 두배가 되는거 같아. 새벽에는 감정이 감성이 주파수 91.9MHz를 타고 흐른다고 했던가..


라디오는 본질적으로 일대다의 방송이지만 동시에 일대일이란 착각을 하게 해 주는 것 같아. 같은 방송이지만 TV같은 경우 솔직히 TV에 나오는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건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잖아? 오히려 그들만의 네모난 세계안에서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지.

하지만 라디오라는건,  대화의 화자는 그, 혹은 그녀란 라디오 DJ 하나뿐이고 그 화자는 1시간내내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걸고 나는 그 방송의 유일한 청자란 착각을 하며 DJ를 들어줌으로서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게 되잖아. 가끔 사연을 보냄으로서 나는 그에게 말을 걸고. 남의 사연을 같이 들어주면서 나는 또 다른 사람과도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는 듯 하기도 해. - 뭐 내가 사연을 보낸적은 한번도 없다는 건 차치하도록 하자 -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요즘같은 시대에 SNS든 뭐든... 하다가 지치고 혹은 힘들고 결국 누군가의 대화를 갈구하며 원하고 바라기에 특히 새벽에 말할 상대가 없을때는 더더욱 라디오를 듣게 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 - 뭐 물론 내가 새벽에 라디오를 들은적은 한번밖에 없긴 해...- 


어쨌든이동진 DJ는 말했었지 사람은 라디오를 듣는 사람과 듣지 않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고. 그리고 후자들은 그들만이 느낄수 있는 감성이 있고 분위기가 있다고. 그래서 자기는 후자를 더 좋아한다고. 물론 그가 라디오 DJ라 그렇게 말한거이기도 할거야. 그렇긴 해도, 그가 종영하고 블로그에 썼었던 것처럼 라디오는 그 자체로 삶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매체니까요. 라는 말은 참 맞는 거 같아.


K의 즐거운 사생활에서 DJ 김태훈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지. 

진심은 반드시 전해질 것이다. 단, 상대가 당신의 진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면. 

그래서 우리는 직장에서, 어중간한 사람에게, 심지어 친한 친구에게도 가끔은 진심을 감추는 건지도 모르겠네. 너가 내 진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거라 생각하기에. 

하지만 같은 방송에서 또 그는 이런 말을 소개해 줬지.  

- 얘야. 외로움이 찾아올 때 그 순간에 인생이 있단다 - 박동식의 열병 중.


그래 그 잠깐의 외로움, 그리고 새벽에 겪는 감정의 폭포와 허세와 외로움 자존감파괴등은 수많은 SNS - 페북이든 트윗이든 싸이든 뭐든 -이나 혹은 카톡에 나좀 봐달라고 휘갈겨 놓지 말고, 라디오의 91.9MHz(내가 듣는 방송이 다 공교롭게도 MBC FM...이라 91.9 라고 적는건데 뭐 다른 주파수도 많아.) 에서 그 DJ와의 대화를 하며 쏟아버리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 뭐 공교롭게도 새벽에 가까워져 가는 시간에 블로그나 쓰고 있는 내가 딱히 쓸 말은 아닌거 같기도 하지만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준 너에게 고맙단 말을 하기엔 쑥스럽고, 대신 노래로 대신할께. 내가 노래는 못 부르지만, 그 대신 나보다 더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야. 물론 이곡도 라디오 DJ중 한명이 선곡해 준 노래야.

마지막 방송에서 그가 한시간 내내 방송 사연보내준 사람들을 읽어주고, 지금까지 라디오 방송때 있었던 많은 에피소드들도 얘기하고 자기가 어떤 곡들을 선곡했는지 얘기하면서 그날도 여러 곡들을 선곡하다가 딱 이 곡을 선곡하며 소개하다가 울먹였던 기억도 나네. 어쨌든, 들어줘서 고마워. 뭐 몇명씩이라도 가끔씩 내 얘기를 들어주면 좋더라. 생각해보면 가끔 블로그도 라디오와 비슷하지 않나 싶네. 물론 질과 내용및 공감과 힐링능력은 비교할 순 없지... 하지만 혼자 떠들고 그걸 자주- 가끔씩 봐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 중 몇몇은 사연대신 댓글로 나와의 대화를 하니까. 뭐 마지막으로 어쨌든...


노래는 지금까지 내가 링크 걸어논 곡들중에서는 가장 좋은 거 같아. 농담아니라 정말로. 좋으니 꼭 들어보길 바래.


 Sinéad O'Connor - Thank You For Hearing Me


근데...이 글을 읽는 넌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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