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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동진 - 꿈꾸는 다락방] 꿈다방 불 끌게요....



오전 3시는 늦은 밤이라고 하기도 새벽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시간이다. - 란 말을 했던 디제이는 새벽2-3시방송을 한다. 아니 했었다. 그 방송, 내가 최근 즐겨듣던 라디오(팟캐스트)를 오늘(정확히 말하면 3.25) 처음으로 본방사수했다..라디오생방이라는건 묘한 마력이 있다. 이 DJ DJ는 세상은 라디오를 듣는 사람과 듣지 않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고, 라디오 듣는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묘한 느낌이 있다고 했는데, 맨날 팟캐스트로 듣다가 생방을 들으니 그 감정이 뭔지 알것 같았다. 아이패드 라디오 프로그램 mini로 들었는데, mini 게시판에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글 올리고 그런거 챙겨보는 것도 참 훈훈.......하다기엔 막방이라 슬펐지만 어쨌든 전파를 타고 이어지는 사람들의 감정과 기분을 공감할 수 있는 느낌은 좋았다.

특히 마지막 방송을 듣는다는 건.


사실 이 팟캐스트를 챙겨듣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동진이라는 사람의 영화평론을 보고, 그리고 만 1년전쯤에 샀던 필름속을 걷다 란 책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엔 잠시 이동진의 문화야 놀자 란 팟캐스트도 챙겨들었었는데, 그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거 같다.


(아 그 중간에 이동진이 수업을 한다길래 청강을 했었는데, 첫 수업인가 두번째 수업인가에 엄청 잔인하면서도 종교적인 예술영화를 보여줬는데 그 분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청강을 그만뒀던 기억이 난다. 물론 금욜 아침수업이라는 물리적으로 가기 힘든 시간 + 게으름 + 한주는 영화제때문에 쉬고 그 다음주가 추석중간샌드위치였나 해서 한 번 안가고 나니 관성으로 안가게 된것도 크다. 근데 어제 이동진 블로그를 뒤적뒤적하다가 보니 그 추석중간샌드위치 수업에 피자를 쐈다고 한다... 그리고 아마 그학기가 그의 마지막 수업이었던거 같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쉽다.)


그리고, 2012년 11월말인가 12월초쯤... 팟캐스트중 이동진의 꿈꾸는 다락방이 있길래 함 들어볼까 하고 구독신청을 하고, 맨 첫 방송을 듣기 시작했다. 첫 방송은 2011년 5월인가 그랬는데, 뭔가 신입 DJ의 풋풋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박하고 인간냄새나는 DJ였던게 참 좋았다. 그렇게 몇 에피소드를 챙겨듣기 시작했다. 원래 난 팟캐스트는 길 가며 흘려듣는 용도로 주로 사용한다. 혹은 연구실에서 그냥 틀어놓고 내용은 흘려버리거나.


근데, 계속 듣다보니 이 방송의 선곡이 참 좋았다. 익숙한 노래들만 나오는게 아니라, 정말 희귀한 노래, 멋진 노래, 오래된 노래, 인디 부터 락, 발라드 등등 별별장르가 다 나오는데 정말 좋은 노래들이 많았다. 그런데 팟캐스트는 노래를 15초정도만 나오고 끈다. 그래서 이동진의 꿈꾸는 다락방 게시판에 들어가서 선곡표도 보며 그 노래들도 챙겨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길가면서 흘려듣지 않고 이 팟캐스트를 들을때는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듣다보니 점점 디제이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좋아보이고, 내용도 재밌고 따뜻하고 하며 애정을 느꼈다. 이 팟캐스트를 들을때만은 집중하고 정주행하기 시작하며, 근 2개월간에 2011년 마무리 에피소드즈음까지 달려왔다.사실 무엇보다도 불끌께요. 라는 멘트가 참 좋았다.사실 저 멘트뿐만이 아니라 방송전체가 따뜻하고 감성적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인가. 선곡표를 보러 가 보니 봄 개편으로 폐지란 소리가 들렸다... 화요일에 그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순간 정말 멍했다. 아니 난 빨리 정주행해서 따라잡고 이젠 매일 올라오는 에피소드마다 집중해서 들으려고 했는데.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MBC... 특히 이번건 시청률 때문도 아니고 DJ DJ의 개인사정때문도 아니면 더더욱 대체...아놔 파업때 쉰 유이한 라디오 방송이어서 그렇다기엔 그 많은 개편도 잘 버텨왔는데. 김재철 이녀석은 물러나기 전까지 나에게 빅엿을...


내가 정말 좋아해서 챙겨듣던 방송들은 왜 꼭 봄개편때 갈리는지 모르겠다. 2년전의 이수영방송도 그렇고, 오늘 이동진의 꿈꾸는 다락방도 그렇고.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징크스라도 있는건가.. 


그러고 보면 페북에도 최근에 두번 간접적으로 이동진의 꿈꾸는 다락방관련 얘기했었는데. 맘을 주니 떠나가는게 참 그렇다.. (그러고 보니 mbc는 나에게 두번이나 개편이라고 똥을 줬어...)


이 방송은 듣기 시작한 시점도 나름 의미있고해서 마무리되면 사연도 보내볼까 했었는데. 결국 그 사연내용은 보내지 못했던 상태로...떠나보내긴 좀 아쉬워서 막방을 라이브로 들으면서 어차피 사연이 나가진 않겠지만하고 문자를 보내봤다. 


그랬더니!!! 사연이 방송에 나왔다!!!!!!!!






라면 참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진 않다. 


어쨌든, 이런 문자 하나는 받을 수 있었다. 

아니 끝나면서 무슨 앞으로도 계속 함께해 주세요^_^ !! 인거니 ㅠㅠ 


어쨌든, 마지막 방송만은, 라디오 주파수가 나오는 같은 시간에 들으며 보내주었다.

근데, 정말 팟캐스트로 노래 짤리는거 듣고, 그다음 따로 노래 찾아 듣고 하다가 노래와 멘트가 이어지는 라이브를 보니 더 라디오 방송이 좋았다. 하... 새벽 2시만 아니었으면 좀 더 열심히 생방으로 들었을 텐데. 아쉽다.  


마지막 방송이라 선곡들도 정말 슬프면서도 좋고, DJ DJ가 방송멘트하다 울먹이는 것도 짠하고 마지막 불끌께요. 라는 말은 왜 그렇게 아쉬웠는지 모르겠다. 노래가 끝나고 광고가 나와 아이패드를 덮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기분이 참 뭐하다. 


그러고 보면 요즘 늦게 자서 그런가, 참 감성적이 되긴 한다.. 내가 라디오를 이렇게 애정하고 챙겨들을 줄이야.


헤어짐의 순간은 참 아쉽다. 다시 볼수 없을지라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이 라디오의 마지막을 장식한 곡을 덧붙이며. 이만. 불끌게요.


P.S 마지막 링크곡이 안되어있길래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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