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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Reading

[책] 운명이다.

(독서모임에 올렸던 글 과 거의 동일합니다만..뒷부분 일부 추가.)

네. 제목과 저자에서 보듯이 노무현의 자서전입니다.
개인이 가진 정치적,사상적, 기타등등에 따라 상당히 평가자체가 갈릴수 있는 책이지요.

하지만, "인간 노무현"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자체는 상당히 노무현 전 대통령님 스타일입니다. 솔직하면서도 담백하지요. 하지만, 회고록이라 그런지 감정을 상당히 자제하고 자신의 업적도, 실패도 객관적으로 서술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쓴 자서전으로는 상당히 잘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자서전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결국 자기 자랑/미화를 하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아서 일단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구성/제목도 상당히 좋습니다. 특히 제목 - "운명이다." , 프롤로그 - "실패와 좌절의 회고록" ,그리고 3부 - "꿈", 4부 - "작별"....마지막으로 에필로그 - "청년의 죽음". 이란 구성이 상당히 좋더군요.

여기까지는 책 자체에 대한 감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서전에서 인물을 다루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여기서부터는, 개인적 감상. 약한 심정적 노빠의 감상입니다. 노빠의 글이니, 적당히 가려서 들으세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책 한권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이 힘들었던 적은 처음입니다. 보다가 중간중간 책을 덮을수 밖에 없게 되더군요. 책 좀 보다가 정말 먹먹해지고 아련하고 안타깝고 화 좀 나고 그랬습니다. 이 책을 사람들 있는데서 보다가, 감정을 조절하려고 중간중간 덮었습니다. 눈물 흐를까봐요. 아니 흐른걸 감추려고요. 이 책을 사람들 있는 동방에서 보는게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제가 심정적 노빠여서 그런 것일까요. 
혹은 지금 살아가는 현실이,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소설들 보다 더 슬프고 어렵고 힘들어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그가 죽었다고, 그를 잊고 살았던 것에 대한 미안함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대통령으로 있을때, 그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다 노무현때문이다' 라는 유행어..아닌 유행어를 따라하고, 아무 생각없이 그가 가볍고 대통령다운 진지함이 없이 말을 막 한다고 생각했던 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일까요.
그것보다도.. 상식이 통하는 사회,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고 만들려 했던 바보 노무현. 
그를 그렇게 허망하게잃었고, 잃고 나서 현실을 보니 그 같은 사람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상실감과 절망감때문이었을까요.

말은 좀 가볍고, 대통령다운 품위와 무게감...(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말입니다만.) 이 없었고, 적과 적당히 타협,화해하지 않고 끊임없이 싸우는 단점, 정치적 술수가 모자랐을 지는 모르나

그는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려 했고 사람사는 세상을 꿈꿨으며, 링컨과 같이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약자의 아픔을 느끼고, 그를 돕기 위해 열심히 투쟁했고, 끝까지 신념을 가지고 그 신념에 정직하게 따라 살았던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 신념을 가지고 살다 결국 자살을 택하게 되었지만 말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순수한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을 실현하려는 방법이 많이 미숙했을 뿐이겠지요. 
유시민이 말한대로, 2009년 5월 23일 아침 우리가 본 것은 '전직대통령의 서거'가 아니라 '꿈많았던 청년의 죽음'이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그가 죽었을때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봉하마을, 대한문 분향소에 찾아가 울고 슬퍼한 것이었을까요. 

전, 다시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사람이 대한민국에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다른 글에 썼듯이 믿고 싶다는 말은... 아직 믿진 못하겠다는 말이죠.
그런 제 생각이 틀렸다고, 내가 있잖아!! 라고 나올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나오길 기대하렵니다.

사실, 전 노무현과 사상...적 지향점이 동일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경제정책은 자유주의를 선호(물론 적절한 규제는 필요)했고, 북한은 좀더 강하게 대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등 말이죠. 
하지만, 지금 현재 노빠가 되었고, zzz들을 선거에서 뽑아줘야 겠다라고 생각하는건 '현재에 비해 과거가 좋았는데..'라는 말들때문일겁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가까이 있을땐 그 가치를 몰랐다가, 떠나가고 나서야 그 가치를 알았다는 거겠지요.

어쨌든, 마무리로 책중에서 인상깊은 구절 몇 구절.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글중 가장 맘에 드는 블로그 글 링크를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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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6
회고록을 써야 한다. 영광이나 성공에 대한 회고가 아니라, 시행착오와 좌절과 실패의 회고록이다. (중략)

내 인생의 실패는 노무현의 실패일뿐, 다른 누구의 실패도 아니다. 진보의 실패는 더더욱 아니다. 내 인생의 좌절도 노무현의 것이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좌절이 되어서는 안된다. 노무현이 진보의 모든 것을 망쳤다고 덮어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노무현을 과감하게 버리지 못하는 것도 옳은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략)
정의와 진보를 추구하는 분들은 노무현을 버려야 한다. 나의 실패가 모두의 실패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고통이 다른 누군가에게 약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쓴다.

p.161-162
인터넷 세상에서 나는 '바보 노무현'이 되었다. 유리한 종로를 버리고 또 부산으로 가서 떨어진 미련한 사람. '바보 노무현'은 청문회 스타 이래 사람들이 붙여주었던 여러 별명중에서 제일 맘에 들었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내가 바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다만 눈앞의 이익보다는 멀리 볼 때 가치 있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당장은 손해가 되는 일이 멀리 보면 이익이 될 수가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두 '바보처럼' 살면 나라가 잘 될 것이다.

p.334 - 유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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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노짱

PS. 서거 1년...째 되는날, 작년 장례식 기간에 놓고 오지 못했던 꽃 한 송이 바치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