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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케치/잡담

스포츠. - 2009 가을야구

왜 스포츠에 나는(그리고 사람들은) 열광할까?

개인적으로, 
이번 코리안 시리즈. 아니, 가을 야구(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가 가장 재밌는 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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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준플레이오프.

롯데가 1차전에서 두산 계투진을 다 소모시키면서 승리를 거둬 롯데가 유리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두산은 선발이 약하고 중간계투진들이 강하나, 중간계투진은 매일 출전할 경우 피로가 누적되어 불리하다..)
그러나, 그런 걱정을 다 떨쳐버리고 두산이 1패뒤 3연승으로 가볍게 진출.

2. 플레이오프
5전 3승제의 경기에서... 두산이 2연승을 거두며, 가볍게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듯.......했지만

3차전.. 연장에 돌입. 두산의 수비. 그때 경기장의 라이트(......) 때문에 두산의 수비 실책이 일어나며 두산 패배.
4차전도 sk가 승리.

2승 2패..로 외나무 다리에 놓인 두 팀의 5차전.
부진했던 김현수가 홈런을 치며 분위기를 두산이 가져가는 듯.......했으나
폭우에 의한 우천취소(ㅜㅜㅜㅜㅜㅜ)

그리고, 그 다음날, sk의 완승..
결국 sk 진출.

3. 한국시리즈
종범신+로페즈/윤석민의 활약으로 1,2차전을 기아가 승리..
하지만 3,4차전 sk의 반격.

그리고 5차전. 로페즈 완투승. sk 불펜진 대량 소모... 
하지만, 6차전 sk의 승리. 

그리고....대망의 7차전이 시작한다.

하지만, 
박정권의 어이없는(심지어 타자도 파울인줄 알고 아쉬워하고, 주자도 파울인줄 알고 다시 돌아오고 중계진도 파울이네요 하다가 어어어......거리던)투런홈런.

그리고, sk와 기아가 각각 1점씩 기록. 3:1인 상황에서..

SK 정상호의 희생 번트 실패가 1-2루 간을 꿰뚫는 안타로 돌변하는 불운, 김강민의 희생플라이와 이어지는 박재상의 적시타로
(그리고 홈쇄도 과정에서 오심논란이 잠시 있었지만..)
SK가 2점 추가. 5:1


앞으로 기아에게 남은 공격횟수는 4번.
야구에서 4점차란 뒤집기 힘든 점수. 게다가 기아의 물방망이 타선을 볼때 역전이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포츠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6회말, 2번 타자 김원섭부터 시작되는 기아 타선.

김원섭이, 완벽한 땅볼 타구를 치고, 나주환이 잡았으나..
갑자기 공이 글러브 안에서 한번 튀어 솟아올랐고, 나주환이 공을 잡고 다시 1루로 던졌지만, 김원섭은 이미 세이프.
행운의 내야 안타.

그리고, 다음타석. 나지완. 프로데뷔 2년차 선수로써, 시즌 23홈런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나지완.

그러나 1~6차전 내내 그는 내야 플라이나 치며 팬들의 실망을 받았다.

그러나 몇 번이나 내야플라이를 날렸던 '내플' 나지완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특유의 어퍼스윙으로 풀히팅을 했고, 2점홈런이 되었다.
5:3

그리고 sk는 투수교체를 하는데,  놀랍게도 카도쿠라였다.
2일전. 열렸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왔었다. 
5와 3분의1 이닝 동안 단 4안타로 선방했던 그였다. 

다른 투수들이 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 6차전을 거치며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sk의 선택.

그리고 7회초.
안치홍. 90년생 고졸 1년차 완전 신인. 

한국시리즈 대부분의 경기에서 그는 끝까지 2루수 자리에 있었고, 그는 부족한 경험이 수비에서 드러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베테랑 급의 호수비를 연일 선보였지만, 타격은 좋지 않았다. 차전까지의 성적은 17타수 4안타 0타점.

그러나 안치홍은 솔로홈런을 날리며 순식간에 점수는 5:4...그 다음에 1점을 더 따라붙으며 5:5..동점.

그렇게 9회말이 다가왔다.

Sk의 8번째 투수 - 채병룡을 내세운다. 

바로 전경기 선발로 나왔지만, sk는 투수가 없기에...결국 채병룡이 나오고야 만 것이다.

그러나, 한가운데 높은, 139Km 실투성 직구... 그리고 나지완의 광고판 상단을 맞추는 초대형 홈런..

그리고 메이져 리그에서도 나오기 힘들다는 시리즈 끝내기 9회말 홈런...

12번의 쉼표를 찍고, 마침내 타이거즈의 열 번째 우승이, 전설로서 완성되었다.

93년 입단 동기 이종범과 이대진은 그라운드에서 뜨겁게 포옹을 했다. 

신이라 불리우는 사나이는 그 누구보다 사람답게 펑펑 울었고, 포스트 선동렬이라 불리던 사나이 역시 그를 다독이면서도 속으로 기쁨과 설움이 뒤엉킨 오묘한 눈물을 삼켰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할 수도 있었던 198cm의 거구 역시, 결승 홈런을 친 룸메이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9년의 무명 설움을 이겨낸 까만 피부의 사나이도,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팀을 7차전까지 내몰았다 자책하던 에이스도, 시즌내내 부상과 병마와 싸워야 했던 자들도, 큰 일을 해낸 두 어린 선수들도, 발을 절룩이는 주장도, 눈시울을 붉혔다.

두 외국인 투수는 마치 자신의 나라에서 우승한 양 함께 기뻐해 주었다.

... 그리고 타이거즈의 팬들은 열광했다. 
어쩌면 대다수의 야구팬들도 길이남을 명승부에 함께 열광했을런지도.
2009년 10월 24일. 

가을의 전설이 그렇게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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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이런 이야기들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든다면?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은 너무 작위적이라고 비판할 것이다. 아마 나부터 비판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또 일어날 겁니다.
라는 사실때문에...스포츠에 다들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인생은, 각본이 없어서 더 재밌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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