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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Reading

어떻게 살 것인가

이젠 그냥 아무 의미없이 항상 곡을 첨부해 본다. 


The Boo Radleys - High as Monkeys





수요일 점심부터 토요일 제사때 만난 친척들까지 만난 모든 사람들의 화제는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 였다. 유시민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는, 유시민이라서 좋은게 아니라 유시민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좋다. 특히 1장은... 그리고 3장의 일부는. 


얼마전에 그가 정치를 그만두고 시민 유시민이자 지식소매상으로 돌아왔다는 말을 보고서 안타까움과 그래도 고생했으니 이젠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하였었다. 


그리고 그가 책을 냈다기에, 지금까지 유시민 펀드도 가입했었고 거의 모든 책들을 샀던 사람으로서.. 책의 내용에 상관없이 그냥 예의상(?)으로 당연히 책을 사고, 좀 제쳐놓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주(이번주)에 책을 봤다. 정치및 진보에 관한 몇몇 얘기에 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그걸 빼고 보더라도 책 자체는 좋은 책이다. 서두에서, 그리고 페북에서 썼던 유시민이라서 좋은게 아니라 유시민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좋다는 건 그런 의미다. 지금까지는 유시민 특유의 정치색이 좋았다면 이 책은 유시민 특유의 정치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 내용이 좋았다는 소리다. 지식소매상으로 돌아온 그를 응원한다.


그리고, 책 내용에 좀 더 집중해 보자면 정치얘기는 쭉 다 빼고, 장래에 관한 얘기들,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얘기들이 인상깊었다.


유시민 같은 사람도 '내 문제는 꿈이 없다는 것이었다. 내게는 무엇인가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없었다. 인생을 어떤 색조로 꾸미고 싶다는 소망도 없었다. 그저 현실에 잘 적응했을 뿐이다.' 라고 50대에 말하며 후회한다.


그러면서도 유시민은 단순히 노력하라 라는 얘기로 끝내거나 아프니까 청춘이다 - 그러니 버텨내라 - 혹은 사회가 어려우니 어쩔 수 없다 - 그러니 이 사회를 증오하고 뜯어고쳐라 - 라는 결론을 내지는 않는다.


 '인생은 소망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냉혹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원대한 꿈과 낭만적 열정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 아이들은 마음대로 꿈을 정한다. 스스로 정하든 부모가 권하든 백지에 그림 그리듯 할 수 있다. (...)  그러나 생각이 자라고 사회를 배우면서 아이들은 알게 된다.어떤 것은 자신의 능력과 재능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을, 다른 것은 생각했던 것만큼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또 다른 것은 자신과 맞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스무 살쯤 되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괜찮겠다 싶은 직업 가운데 자기의 환경과 능력에 비추어 현실성이 있어 보이는 쪽으로 마음을 싣는다. 마흔 살쯤 되면 인생을 크게 바꾸는 선택은 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결단이 너무 늦는 법은 없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자신이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쪽으로 직업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바람직하다고 본다. 직업을 잘 선택하려면 열등감을 극복해야 한다. (...)  무슨 일이든 그것이 즐겁다면 1등이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다.(...) 열정과 재능의 불일치는 회피하기 어려운 삶의 부조리이다. 재능이 있는 일에 열정을 느끼면 제일 좋다. 그러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기만 하다면, 재능이 조금 부족해도 되는 만큼 하면서 살면 된다. (...) 자유의지를 버리면 삶의 존엄성도 잃어버린다. 스스로 설계한 삶이 아니면 행복할 수 없다. 그 자체가 자기에게 즐거운 일을 직업으로 삼고, 그 일은 적어도 남들만큼은 잘할 준비를 하라. '


라는 말 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즐거울 수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라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회가 힘들면 그걸 바꾸기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연대란 틀을 통해 조금씩 바뀌도록 하고, 현재의 실패에 좌절하고 멘붕하라고 하진 않는다. 


그런데, 나는 그의 절반밖에 안되는 나이에 벌써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자아실현이 뭔지 모르겠다며 안정적으로 돈 벌며 살면 그냥 좋을 것 같다. 정년보장만 되면 되지. 나는 박사할 생각도 없는데 어쩌다보니 박사과정을 밟고 있게 되었네. 흘러가고 있어. 근데 뭐 흘러가는게 뭐가 나쁜진 모르겠어. 뭐 어차피 하고 싶은게 없으면 돈이나 많이 주는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 등등의 얘기를 하고 있었다.  먹고사니즘에 매몰되어버렸다. 


장래희망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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