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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Reading

밀란 쿤데라 - 농담

밀란 쿤데라 - 농담. 
밀란쿤데라를 20세기 최고의 작가중 한명으로 꼽는 이유가 있었다. 개인적으론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보다 더 좋다. 그런데 감상을 쓰려니 감상을 붙일수록 원작의 멋짐과 여운을 표현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성급하게 던진 농담, 그 한마디로 한 사람의 인생은 지독한 농담처럼 흘러갔다. 고 감히 감상을 시작해 본다.
이 소설이 좋은 이유중 하나는 1인칭 시점이면서도, 그 서술자가 챕터마다 계속 바뀌어가는 구성이다. 각 인물들의 감정표현도 정말 좋다. 농담을 아는 사람들과 대비되는,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주의의 경직성을 자연히 비판한 것도 좋다. 루드빅의 사랑얘기도 좋다. 하지만 서툰 사랑과 성급함, 오해와 비밀이 가져오는 결과는...루치에. 성급하지 않게 당신에게 던질 농담이 필요했었다. 하다. 당신은 지금 나를 좋아하나? 

소설에선 농담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경직된 사회속에서 던진 배려없이 던진 성급한 농담이 얼마나 부정적인가. 그렇다면 반대로, 열린 사람들 사이에서의 농담의 힘은 강력하지 않을까. 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 라는 책제목이 갑자기 떠오른다. 농담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매력있다. 베르베르 베르나르는 타나토 노트인가 천사들의 제국인가에서 '사랑을 검으로, 유머를 방패로' 라는 말을 썼던거 같다. 

내일 던질 농담을 생각하며 잠자리에 든다.


라고 썼었다. 항상 느끼는 건데 난 쓴 걸 나중에 보면 좀 오글거리게 쓰는 경향이 있다...

쨌든, 너무 내용을 까발릴까뵈, 혹은 오해할까봐, 혹은 페북엔 적기 그렇지만 블로그엔 부담없어서 페북엔  안 적은 부분이 좀 있다.

'그러나 나는 실제로 누구였던가? 이 질문에 대해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나는 여러개의 얼굴을 가진사람이었다. (...) 나는 위선자들 처럼 진짜 얼굴 하나와 가짜 얼굴 하나를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젊었고, 내가 누구인지, 누가 되고 싶은지 자신도 몰랐기에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

'그렇다. 갑자기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은 두 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있다.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실수를 고쳐볼 수 있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모든 것은 잊혀지는 것이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고친다는 것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는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혀져 갈 것이다. '

무엇보다도, 루드빅은 루치에를 다시 만났어야 한다. 라고 어제까진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꼭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 

이 책은 허무하다. 

루치에는 무엇이었을까. 결국은 중요하지 않다. 복수는 무엇일까. 중요하지 않다.


공산주의란 무엇이었을까. 중요하지 않다.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농담같은 것을.


아직 정리할 순 없지만, 한번 잘못된 걸 고치려고 하는 행위는 가능한 것일까. 


모든일은 생각했던 거와는 다르게 끝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은 농담같지만, 지독한 블랙코미디 같지만, 그래도 조그만 희망이 보인다. 실버라이닝 처럼. 우리는 농담같은 세상을 농담을 하며 버텨내고 망각으로 회복한다. 


과거의 잘못을 고치려 노력하지 말고, 현재를 살아가며 후회없이 재밌게 농담도 하며 살아가야지. 


작가는 허무하지만 그래도 인간에 대한 조그만 애정을 보여준다. 소설이란, 삶이란 어렵다. 나의 호의는 남에게 부담이 되기도 하고 나의 농담은 남에겐 무신경하게 가한 상처이기도 하고. 하지만. 루드빅이 결국 친구와, 복수에 가득찬 삶과 화해하듯이. (물론 헬레나에게는... 하지만 모두에게 착한 사림이 될 순 없믄 것 같다. )


근데 인생은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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