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내 블로그 & HHH ㅇㅂ 강제 정기 책 리뷰(...)
어떻게 보면 이 책은 부모없는 하층민청소년의 단순한 성장기이지요. 소셜과 그리져 로 나뉜 두 세계의 청소년중, 주인공은 그리져라는 계급에 속해 있지요. 그리져는 쉽게 말하면 미국 하층민 청소년들이지요. 갱수준은 아니지만, 겉에서 보기엔 불량청소년들의 모임이지요. 머리 스타일, 옷 스타일, 행동 등등이 다 말이지요.
하지만, 이 책이 감명깊었던 이유가 따로 있지요.
줄거리는 위에서 다 써 놓았으니, 인상적인 장면 몇개만 가지고 그 이유를 설명해 볼께요.
#1 - 주인공이 소셜 여자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장면
[소셜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라는게 - 이 여자애들이 소셜의 표본이라고 한다면 - 내겐 묘하게 느껴졌다. (중략)
하지만 차이점은 그뿐인 것 같았다. 물론 그리저 여자애들이거칠게 행동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다들 비슷했다.
아마도 돈이 우리를 갈라놓는 거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자 체리는 천천히 아니야 하고 대답했다.
"단지 돈 문제가 아냐. 어떤점에선 그렇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너희 그리저들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어. 너희는 더 감정적이지. 우리는 이성적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냉정하지. 우리에겐 아무것도 진정으로 와 닿지 않아. 있잖아, 나는 가끔 여자친구에게 얘기를 하다가 나 자신의 말을 듣고 퍼뜩 놀라곤 해. 내가 말하는 것의 반 이상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야. 사실 강가에서 벌어지는 맥주 파티 따위는 하나도 신나는 일이 아니야. 하지만 그래도 나는 친구에게 파티에 대해 떠들어 대는 거야. 뭔가 얘기를 해야 하니까.
(중략)
우리는 항상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고, 어디로 갈지는 생각하지 않지.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니? 아무것도 원할수 없게 되어서, 뭔가 자기가 원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게 되는 얘기말야. 우리는 스스로를 만족시킬 무언가를 찾아다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하는 거 같아. 우리가 냉정함을 버린다면, 그것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사실이었다. 소셜들은 항상 거리감의 벽을 쌓고는 자신의 본모습을 엿보이지 않게 조심했다. 소셜들은 싸움조차도 냉정하고 효율적이고 비인격적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거군. 돈이 아니라 감정의 문제구나. 너희는 아무것도 못 느끼고 우리는 너무 격하게 느끼고."
(중략)
다른 그리저 - " 우리 차례가 오면 칩은 항상 뒤집어져 있지. 하지만 그게 세상이치야.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억지로 삼키든지"
(중략)
"너와 나는 같은 계급이 아니니까. 하지만 우리중에도 너처럼 저녁놀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지마"]
#2 - 도망가 교회에서 숨어지내는 중
어느 날 나는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깼다. 자니와 나는 온기를 얻기 위해 서로 꼭 붙어 자곤 했다.
동이 터오고 있었다. 동쪽 하늘이 환하게 밝았고, 지평선은 한줄기 가느다란 황금선이었다. 안개속에는 황금빛이 아른거렸다. 한순간 모든 것이 숨을 죽이고 고요해지더니, 마침내 해가 떠올랐다. 아름다웠다.
(중략)
"정말 예뻤어 온통 금빛에 은빛에"
"언제나 그렇게 머무를 수 없다는게 참 유감이야"
"금빛인 것은 머무를 수 없어"
나는 언젠가 읽었던 시 한편을 떠올렸다.
자연의 첫 푸름은 금빛
간직하기 가장 어려운 색
자연의 첫 잎새는 꽃이지만
그것은 오직 한 시간 머물 뿐.
잎은 곧 잎으로 사그라들고
낙원은 슬픔에 빠져버리며
새벽은 낮으로 퇴색한다네
그 어떤 금빛도 오래 머물 수 없다네
#3 - 소셜과의 패싸움 전, #1에서 만났던 여자와 다시 나누는 대화.
주인공 - "웨스트 사이드에서 보는 저녁놀은 진짜 근사하지?"
그녀는 놀라서 눈을 깜박이더니 미소를 지었다.
"진짜 근사하지"
"이스트 사이드에서도 저녁놀은 근사해 보여" 나는 조용히 말했다.
"고마워 포니보이(주인공)" 그녀는 눈물을 머금은 채 미소짓고 있었다.
" 너 내말을 이해했구나"
#4- 결말.
자니가 남긴 편지.
[(중략)
난 이 일에 대해서, 그리고 네가 들려준 시에 대해서 쭉 생각했어. 그 시를 쓴 사람은, 네가 아이일때 너는 풋풋하고 또한 빛나기도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거야. 아이일때에는 모든 것이 새벽처럼 신선해. 그러다가 모든 것에 익숙해져버리면, 낮이 오는 거야. 포니 네가 저녁놀에 감동한다는 것, 그게 바로 빛남이야. 계속 그렇게 있어줘. 그렇게 있어야 해. (중략) 그리고 그리저인 것을 너무 괴로워 하지마. 네겐 여전히 네가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갈 시간이 충분히 있어. 세상엔 여전히 좋은 것들이 무척 많아. 댈리에게 그렇게 전해줘. 녀것은 그걸 모르고 있을거야.]
댈리에게 말하긴 이미 늦었어.
갑자기 이건 나만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몇 백명의 소년들, 도시의 빈민가에 살고 있으며 저녁놀을 바라보고 별을 올려다보며 뭔가 나은 것을 갈구할지도 모르는 몇백명의 소년들. 비열하고 사납고 세상을 증오한 탓에 가로등 아래서 쓰러져 죽어가는 소년들이 눈앞에 선하게 떠올라왔다. 세상엔 여전히 좋은 것들이 있다고 그들에게 말해주기엔 너무 늦었으며, 말해준다 해도 그들은 믿지 않으리라, 이건 나만의 이야기가 되기엔 너무 거대한 문제였다. 너무 늦기전에 누군가가 그들에게 말해줘야 했다. 누군가 그 얘기를 세상에 들려주어야 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해하게 될 것이며, 한 아이가 머리에 기름을 얼마나 발랐는지를 가지고 그에 대해 쉽게 단정 짓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내게는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전화번호부를 찾아내어 영어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임 선생님, 포니보이입니다... 그 작문 말이에요, 어느 정도로 쓰면 될까요?"
(중략)
나는 그 셋(책에 나오는 주인공의 친구 셋..) 모두를 기억해내느라 일주일을 꼬박 보냈다. 그러고서 나 스스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야 겠다고, 영어선생부터 시작이라고 마음먹었다. 작문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내게 너무 중요한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쓰기 시작했다. (후략)
어떻게 보면 약간 상투적인 소재와 주제, 그리고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 놓는 것이 살짝 아쉬웠지만...그를 능가하는 이 책의 장점은 뛰어난 인물묘사력이에요. 작가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나는 인물로부터 출발하는 작가입니다"라고 했다더군요.
정말 복잡하면서도 현실감있는, 실제 거리의 아이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물묘사가 이 책을 상투적인 소재에서 벗어나서 좋은 책으로 만들어주지요.
제가 이 책을 읽고 꼭 해야 겠다고 하는 말은 이정도입니다.그 외의 자세한 분석은 하지 않을께요.
이 책은 각자 한번 읽어보고 자신만의 감상을 해 보시는 편이 더 나을것 같아서에요. (딱히 귀찮고 멋진 생각은 나지 않아서 그런건 아닐겁니다..)
혹시 당신도 저녁놀을 바라보고 있나요?
당신이 보는 저녁놀과,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저녁놀은 다른 곳에 있을지라도, 똑같이 근사해 보인답니다.
혹시 당신도 이 책을 보고 있나요?
당신이 바라보는 이 책에 대한 감상과, 제가 바라보는 이 책의 감상은 다를 지라도, 똑같이 좋은 생각일 것이고요.
길고, 제 생각은 많지 않으면서도 인용문이 90%를 차지하는 리뷰를 읽느라 고생하셨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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